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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왕조’ 코치가 천재적인 타순으로 일본 2군 리그를 평정했다

삼성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는 장면. OSEN DB

삼성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축하하는 장면. OSEN DB


오치아이 에이지 주니치 2군 감독, NPB 웨스턴리그서 7할대 승률 고공 행진

[OSEN=백종인 객원기자] 야신을 평생 괴롭힌 난제가 있다. 바로 배팅오더(타순) 작성이다.

“간밤에 한 숨도 못 잤어.” 김성근(83) 전 감독이 자주 하던 말이다. 농담이려니 했다. 그런데 아니다. 진짜로 그런 적이 많다.

이유는 타순표 때문이다. 다음 경기 배팅오더를 짜느라 골치를 앓았다. 물론 어느 날은 단숨에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날은 별로 없다. 썼다가 지우고, 마음에 안 들어 찢어버리고…. 그러기를 수십 장이다.

훤하게 동이 틀 때까지, 번민은 계속된다.

그런 고심 탓인가? 명예롭지 못한 일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삼성 감독 시절(1991년)에는 ‘이중 오더’ 사건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정반대 스타일도 있다. 타순을 짜는데 1도 망설이지 않는다. ‘고민할 게 뭐 있어? 그냥 잘 치는 순서대로 치면 되는데.’ 그런 식이다. 정교함과 세밀함을 자부하는 NPB(일본 프로야구)에서 진행 중인 일이다.

다만, 1군 경기는 아니다. 팜(Farm)이라고 부르는 2군, 그중에서도 웨스턴 리그에서 일어난 일이다. 주니치 드래곤즈의 실험이 화제를 모은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다. ‘잘 치는 순서대로’의 의미다. 이 때는 현대적인 감각이 필요하다. OPS(출루율+장타율)가 높은 순서대로다.

이들의 직전 경기다. 22일 소프트뱅크와 나고야 홈 게임 때다. 타순이 그렇게 배치됐다. 1번 지명타자 후쿠모토 유마(OPS 0.988) – 2번 우익수 우카이 고스케(0. 896) – 3번 2루수 쓰치다 류쿠(0.804)…. 그 순서로 타석에 들어선다.

결과? 물론 주니치의 승리였다. 12안타를 터트리며, 3-0으로 이겼다.

일본에서는 주니치와 지바 롯데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OSEN DB

일본에서는 주니치와 지바 롯데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OSEN DB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다. 주니치 2군은 (웨스턴리그) 개막 이후 압도적인 선두를 질주 중이다. 25일 현재 시즌 전적이 18승 2무 7패, 무려 7할대(0.720)의 승률을 자랑한다. 2위 한신 타이거스를 3게임 차이로 앞선다.

물론 그런 소리도 듣는다. ‘아무리 잘하면 뭐 하냐. 2군은 결국 2군 아니냐’ 하는 말이다.

맞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1군에도 영향을 준다. 주니치는 센트럴리그(1군)에서도 힘을 낸다. 8승 2무 10패(승률 0.444)로 4위를 유지한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꼴찌(6위)를 한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한 가지 더 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약진하는 주니치 2군의 감독이 KBO리그 출신이라는 점이다. 바로 삼성 왕조 시절의 코치였던 오치아이 에이지(55)다.

그는 전형적인 ‘주니치맨’이다. 1991년 드래프트 1위로 지명돼 입단했다. 이후 15년간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주로 불펜의 기둥 역할이었다. ‘나고야의 태양’ 선동열의 앞에서 8회를 지키는 임무도 맡았다.

그 인연이 대구까지 이어졌다. 이후 2기에 걸쳐 재직했다. 2010~2012년(1군 투수코치), 2018~2021년(1군 투수코치, 2군 감독) 등 합해서 6년 간이나 정을 쌓았다.

우리 팬들에게는 인상적이다. 의리의 오치아이로 불린다. 선동열과의 끈끈함에도 불구하고, KIA행을 거절했다. “어떻게 이 아이들(라이온즈 투수들)을 적으로 돌릴 수 있겠나. 여기서 더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는 말을 SNS에 남겼다.

올 2월 오키나와 캠프에서 강민호와 재회한 장면. OSEN DB

올 2월 오키나와 캠프에서 강민호와 재회한 장면. OSEN DB


일본에 돌아가서도 비슷하다. 가볍지 않은 행보가 이력에 남는다.

첫 보직은 주니치의 1군 수석 겸 투수코치였다. 2022년 사령탑에 취임한 다쓰나미 가즈요시를 곁에서 도왔다.

동기생인 신임 감독의 청으로 이뤄진 인사였다. 당시 다쓰나미는 “우리 팀은 호시노 센이치(2018년 타계) 전 감독의 정신을 받드는 곳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분의 백넘버를 덕아웃에 모셔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의 77번을 오치아이 코치가 달도록 했다.

하지만 다쓰나미의 3년은 실패로 끝났다. 구단 사상 초유의 3연속 최하위라는 굴욕을 겪었다. 이로 인한 정권 교체는 어쩔 수 없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감독과 주요 코칭스태프의 경질이 발표됐다. 오치아이 코치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다. 신임 이노우에 가즈키(53) 감독이 펄쩍 뛴다. “아니다. 오치아이 코치는 떠나면 안 된다. 남아서 도와줘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다.

직접 나서서 만류하기도 했다. “난 책임질 사람”이라며 떠나려는 오치아이 코치를 몇 차례나 만나 손을 붙들었다. “꼭 1군이 아니라도 좋다. 2군에서 좋은 선수들을 만들어 올려 달라”라고 당부했다.

결국 잔류가 결정됐다. 공식적인 해임(재계약 불가) 발표가 난 뒤에 번복된 이례적인 경우였다.

그는 여전히 ‘라이온즈 아이들’을 챙긴다. 매년 오키나와 훈련지를 방문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 2월에도 진한 만남이 이뤄졌다. 강민호, 원태인, 황동재와도 애틋한 시간을 가졌다.

올 2월 오키나와에서 삼성 투수들과 포즈를 취했다. OSEN DB

올 2월 오키나와에서 삼성 투수들과 포즈를 취했다. OSEN DB


/ [email protected]


백종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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