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치 못해요”→“형님 좀 보죠”…한덕수, 정대철과 대선 논의?

‘4월 30일 대선 출마설’이 커지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정대철 헌정회장과 조만간 회동한다.
정 회장은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대행이 오늘(25일) 아침에 전화를 걸어와 ‘주말이나 내주 초쯤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한 대행의 경기고·서울대 5년 선배로 두 사람은 오랜 기간 인연을 이어왔다. 정 회장은 “이번 통화에서 대선 언급은 없었지만, 한 대행이 출마와 관련한 논의를 하려는 것 같다”며 “열흘 전에 내가 대선 출마를 권유했을 때는 ‘형님 저 정치 못 합니다’라고 손사래를 쳤는데, 오늘은 먼저 ‘형님 얼굴 좀 봅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요즘 한 대행의 모습을 보니, 정치에 조심스러웠던 그때와 달리 마음이 바뀐 것 같다”며 “대선 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 같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날 한 대행이 순직의무군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순직 군인의 유가족 등을 껴안아주는 모습을 거론하며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한 대행에게 대선 후보 출마를 권유한 이유로 “보수 후보 중에 가장 지지세가 높고, 또 대선 출마의 자격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행이 정 회장 등 정치권 원로 인사들에게 대선 출마 전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나라 위기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한 대행이 가장 낫다”고 밝혔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회장과 마찬가지로 한 대행의 경기고·서울대 2년 선배인 손 전 대표는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등 구(舊) 여권에선 한 대행이 29일 국무회의에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할 수 없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뒤 30일 출마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 대행은 여전히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 29일 사퇴할 경우 그날 국무회의 자체가 무효가 돼, 거부권을 행사한 다음 날 전격 사임과 동시에 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한미 2+2 고위급 통상협의에서 양국이 ‘7월 패키지 합의’에 동의하며 최종 결정이 다음 정부로 미뤄진 것도, 한 대행이 대선 출마 부담감을 한층 덜어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일정도 한 대행의 ‘4말 사퇴, 5초 출마설’과 맞물리는 요소다. 국민의힘은 29일 대선 경선에 진출하는 2인을 선발하고, 다음 달 1~2일 선거인단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다음 달 3일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확정 전 한 대행이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힐 경우 한 대행과 단일화에 열려 있는 후보에 경선 표심이 쏠릴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당내에선 한 대행이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무소속 후보인 한 대행이 단일화를 하고, 만약 한 대행이 승리할 경우 한 대행이 대선 후보 등록 기간인 5월 11일 이전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우리 당 후보로 나서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총리실 관계자는 “아직 한 대행은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정 회장과의 만남도 고심을 나누려는 것 아니겠느냐. 대선 출마와 국민의힘 입당은 너무 앞서간 얘기”라고 말했다.
박태인.윤성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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