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트럼프의 MAGA, 진정한 ‘위대함’으로 거듭나야

트럼프 ‘위대한 미국’ 끝없는 논란
고강도 관세정책, 협상 지렛대로
영토 확장 ‘명백한 운명’ 부활인가
시대에 적합한 MAGA 정신 필요
고강도 관세정책, 협상 지렛대로
영토 확장 ‘명백한 운명’ 부활인가
시대에 적합한 MAGA 정신 필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의 실체는 무엇인가. ‘위대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시대의 황금기(1950∼70년)란 해석이 나온다. ‘위대함’은 제조업 수퍼파워, 관세, 국경봉쇄(불법이민 차단), 군사력 증강, 백인 보수층의 문화·정체성 복원으로 읽힌다. 2기 취임사에서 그는 25대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1897∼1901년)을 “관세와 재능으로 미국을 부유하게 만든 비즈니스맨”으로 ‘위대한’ 대통령이라 했다.
그러나 정치컨설턴트 칼 로브는 “트럼프가 매킨리의 관세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매킨리는 한때 강경 보호무역주의자였으나, 1890년 하원세입위원장 때는 ‘관세율이 너무 높으면 수입이 줄고 세수도 감소할 것’이라 경고한다(WSJ 25년 2월 5일자). 1897년 대통령 취임 후는 상호협상으로 당시의 평균 관세율 약 52%를 최대 20%까지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2차 산업혁명을 경험하며 그는 산업화와 기술혁신이 경제를 주도하고 해외무역과 시장확대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 1901년 재선 후 9월 5일 팬아메리카 엑스포에서 상호관세 인하 협상의 중요성을 역설했으나, 다음날 총탄을 맞고 암살된다.
매킨리 시대의 연방지출 규모는 GDP의 3%였고 관세가 연방세입의 절반을 차지했다. 2024년에는 연방지출이 GDP의 23%로 늘고, 연방세입의 48%가 개인소득세(1913년 도입), 관세는 1.9%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트럼프 경제팀이 비관세 장벽과 방위비 분담을 끌어들이며 관세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역구조(특히 대중국) 개편과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협상의 지렛대’ 전략이란 관측이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소통에서 좋은 평판으로 지지율 85%를 돌파했다.

영토 확장 야망도 논란거리다. 그의 집무실에는 2월 말 11대 대통령 제임스 포크(1845∼49년)의 초상화가 걸렸다.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 운하 등을 차지하겠다는 선언이 단순히 레토릭이 아니라는 뜻”이다(WSJ 3월 13일자). 트럼프처럼 포크는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1829∼37년)을 영웅시했고, “백인 미국인들이 북미대륙 전체에 정착하도록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믿음의 기수로서 텍사스를 합병하고 멕시코 전쟁으로 캘리포니아까지 확장했다.
MAGA 역풍으로 트럼프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최저치 42%가 됐다(로이터/입소스 4.16~21 조사). 미 의회방송 C-스팬(C-SPAN)이 역사학자 대상으로 미국 역대 대통령 랭킹을 매긴 조사에서 리더십 항목은 10가지였다. ‘국민설득, 위기대응, 경제운영, 도덕적 권위, 국제관계, 행정역량, 의회관계, 비전 제시와 어젠다 설정, 모두를 위한 평등한 정의 추구, 시대적 맥락 속에서의 성과’가 그것이다. 트럼프의 MAGA 리더십은 이들 덕목과는 결이 다르다. 그의 관세 협상 전략도 급발진과 급제동을 거듭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무역정책에서 매킨리는 ‘3R’이라는 세입(Revenue)·보호무역(Restriction)·상호주의(Reciprocity)를 시기별로 적용했다. 트럼프는 어떤가. “현 관세전쟁은 트럼프 경제팀이 중국보다 더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주는 역설적 상황이다. 제 발에 총을 쏘고 있는 격인데, 팀의 아마추어성이 염려된다”(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거짓 주장 또는 무지로 인해 무역상대국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모든 정책이 정상이 아니라 상대를 압도하고 복종하게 하려는 ‘지배력 과시’로 봐야 한다”(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그러나 그는 비판을 오히려 지지층 결집의 기회로 삼아, SNS 등으로 언론과 사법부에 강경 대응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된다. 남북전쟁의 극심한 분열 속에서 링컨 대통령은 “민심을 얻으면 못 할 일이 없고, 민심을 잃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민심을 거슬러 인플레와 불황을 이기는 정치가 있었던가. “아메리카는 트럼프가 혐오하는 것들 때문에 위대해졌다”(NYT)는 비판에 귀 기울여 ‘위대함’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 세계가 초연결된 시대, 국제협력이 가장 절실한 복합위기 시대, 이들 ‘역사의 때’에 맞는 위대한 MAGA 운동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번 주 34개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도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위대함’을 기대한다.
김명자 KAIST 이사장·전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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