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패널티 위주 ESG 실패했다…인센티브 관점서 봐야

‘2025 중앙 ESG 경영대상’ 2부에서 전문가 패널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김종호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죽지 않았다. 단 지금까지의 방식은 실패했다.”

문철우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24일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ESG 관련 규제를 완화 혹은 유예하는 흐름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중앙 ESG 경영대상’ 시상식 이후 ‘트럼프 2.0시대의 ESG’를 주제로 열린 패널 토의에서다. 문 교수는 최근 일각서 제기된 ESG 위기론을 일축하면서도, 규제 일변도의 ESG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영재
이날 토의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진행했다. 류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SG 전반에 대해 부정적이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후공시 의무화를 사실상 철회했다”라며 “EU조차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를 간소화하는 옴니버스 피키지 초안을 발표했는데 최근 몇 년간 ESG 광풍은 시효를 다한 건지 궁금하다”고 화두를 던졌다.

문철우
문철우 교수는 “규제 방식으로 ESG를 강요해 온 것이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ESG 성과에 대해서도 “4, 5년 전과 달리 성과가 안 좋으니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ESG를 뗀 일반 펀드로의 전환이 많아졌다”라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표를 인용 “ESG 펀드 수익률이 (일반 펀드 수익률과 비교해) 약 1.4% 더 낮게 나온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ESG는 계속 갈 것”이라며 “방법을 다시 찾아 강제 공시 등 규제 중심보다 민간의 자발성을 강조하는 자발 공시, 잘못했을 때 패널티보다 잘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방향이 전환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승철
기업 대표로 참여한 한국콜마의 이승철 지속가능경영그룹 상무도 “ESG는 절대 권력의 합의로 관련 기준을 만든 것이지, 그 자체가 절대 선(善)은 아니다”라며 “국제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익이고 이익을 내기 위한 여러 옵션 중 하나가 ESG”라며 “유럽 계열 화장품 회사들이 ESG 관련 활동에 적극적인 것도 소비자들이 ESG 트랜드를 받아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비건(채식)이 트랜드로 자리잡고 소비자들이 비건 뷰티제품 등을 소비하며 신념을 표출하고 있으니 여기에 맞춰 화장품 브랜드와 제조업체 등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는 “주주, 종업원, 이해당사자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모두가 받아들일 합의점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진석
한국투자공사(KIC)에서 ESG 관련 투자 전략을 담당하는 최진석 지속가능투자팀 팀장도 ESG가 전면 후퇴했다는 주장에 반대한다며 “각국의 접근을 보면 ESG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아직 쓰지 않은 카드가 유럽이 이미 쓰는 ‘탄소 관세’”라며 “언제든 미국에서 탄소국경세 형태로 ESG를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법적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라고 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가 낸 ‘유럽경쟁력의 미래’ 보고서에 관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단 내용과 함께, 순환경제 사업을 강화해 인공지능(AI) 등 혁신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라며 “ESG를 활용한 혁신 의지가 사라지거나 선회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경쟁력 확보와 규제 완화를 함께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패널들은 국내 기업의 ESG 워싱(ESG 활동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 논란에 대해서도 활발히 의견을 나눴다. 이승철 상무는 “기업의 본성을 고려하면 ESG 워싱이야말로 ESG 본질에 가깝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그런 행위에 대한 도덕적인 비판보다는 ESG 관련 기관이 촘촘한 기준을 만들어 기업들의 활동을 잘 리뷰하는 게 노골적인 ESG 워싱을 줄일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옥 기자
그는 특히 지배구조(G) 측면에서 “어떤 기업도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짚으며 “미국 기업이 거버넌스 측면에서 칭송받는 것은 최대주주가 대부분 펀드라서 경영진에게 끊임없는 혁신과 주주환원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팀장은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미흡한 국내에서 워싱을 막기 위해 규제를 도입한다면 오히려 기업의 혁신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문철우 교수는 향후 학계의 연구 방향에 대해 새로운 기술적·사회적 변화를 유연하게 반영해야 한다고 짚었다. 문 교수는 “기존에는 (학계가) 규제 개발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자발적 공시를 독려하고, 특히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전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AI 기반 ESG 분석 플랫폼 ‘알라딘’을 개발, 실시간으로 기업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우리는 1년에 한두 번 ESG 공시를 하는 게 전부”라며 “시의성과 적절성의 수준이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투자자들의 변화에 따라 정부와 규제기관이 해야할 일을 (학계가) 연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앙 ESG 경영대상
◆주최: 중앙일보


◆리서치 주관: 서스틴베스트

◆후원: 기획재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환경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중소벤처기업부·동반성장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식품의약품안전처



황수연([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