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헌 꼭 해야 할 일…총리추천제로 견제·균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개헌은 꼭 해야 할 일”이라며 “권력 구조 문제도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대통령) 4년 중임제로 하되, 국무총리 추천제를 통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은 동시에 모든 조항을 바꾸는 게 바람직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합의되는 내용대로 순차적으로 개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대통령 후보들이 개헌안을 공약하고 국민 선택을 받아 그걸 기반으로 임기 내에 개헌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빠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좀 늦으면 그다음 총선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구체적인 개헌 시점도 제시했다. 이 후보가 구체적인 개헌 시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이다.
전날(23일)까지만 해도 이 후보는 개헌에 다소 미온적이었다. 이 후보는 전날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취임 직후 100일 동안 정치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을 묻는 김동연 후보 질문에 “(개헌은) 국민 먹고사는 문제에 직결된 것도 아니고 개정된 헌법이 즉시 시행되는 것도 아닐 텐데, 여유를 두고 경제와 민생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이 후보는 이날 “87년 체제가 너무 낡았고, 변화된 상황에 맞춰 국민의 기본권과 자치 분권도 강화해야 한다”며 작심한 듯 자신의 개헌론을 펼쳤다. 전날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은 중요하고 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100일 안에 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냐는 데 대해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후보의 발언은 이달 초 우원식 국회의장의 6·3 대선 동시 개헌 투표 제안에 대해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7일)라고 사실상 반대할 때와 확연히 달랐다. 이 후보는 “이번에도 합의된 건 개헌하는 게 바람직했을 것”이라며 “국민투표법 개정에 국민의힘 측에서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동시에 개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광주를 찾아 5·18 유가족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도 “광주 정신은 반드시 헌법 전문(全文)에 게재하는 게 맞다”며 먼저 개헌 얘기를 꺼냈다. 이 후보는 또 “계엄요건을 엄격하게 전시로 한정한다든지, 국회 동의를 받지 않으면 즉각 해제한다든지 하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며 헌법 제77조에 규정된 계엄 조항의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 캠프는 호남 지역 공약과 함께 에너지·기후 공약을 발표했다. 2030년을 목표로 서해안에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해 남서해안 해상풍력을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고, 전국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산단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후보 측은 “AI 에너지 산업과 농생명이 함께하는 새로운 호남시대를 열겠다”며 수도권 집중을 넘어서기 위한 ‘호남권 메가시티’ 구상도 밝혔다.
이 후보도 이날 오전 전북 한국농어촌공사 새만금33센터를 찾아 “농촌 바닷가에 놀고 있는 공간과 무한한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양광 사업에 비리가 있지 않냐고 (검찰이) 관련 업체 온 동네를 쑤셔서 피곤해 못 살겠다는데, 잃어버린 3년을 보상하고 더 빠르게 재생에너지 사회로 진입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 여부에는 “원전 문제는 전기 공급의 필요성과 위험성이 동시에 병존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건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경선 시작 이후 이 후보가 특정 지역에서 1박 2일을 머무는 건 처음이다. 한 친명 중진의원은 “호남에서 이 후보에 대한 ‘악마화 이미지’가 강했다”며 “지지율 90%를 넘어야 당선까지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 이 후보의 호남 득표율은 84.64%(광주 84.82%, 전북 82.98%, 전남 86.10%)였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낙선했던 18대 대선 호남 득표율 89.0%(광주 92, 전남 89.3%, 전북 86.3%)보다 낮은 수치다.

김경수·김동연 후보도 이날 호남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김경수 후보는 전남 목포 동부시장을 찾은 뒤 전남·순천·여수 당원 간담회 가졌다. 김 후보는 동부시장 방문 후 “제 처가가 목포라 목포에 오면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호남의 사위’임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번 12·3 계엄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구해낸 것은 5·18 그리고 12·12 당시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모습과 이후 내란을 확실히 단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는 이날 전남 황룡 시장을 방문한 뒤 한국광기술원에서 ‘광주산업과 일자리’ 간담회 일정을 소화했다. 전북·광주 당원 간담회도 진행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특정 후보에게 90%씩 몰아주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내 경선에서 70%대로 후보가 됐고, 호남이 민주당의 제 갈 길을 바로잡았다”며 “호남 동지들이 민주당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살려달라”고 했다.
강보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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