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에 치중한 아프리카 보도…단편적 이해 극복해야"
연합뉴스·유엔난민기구 주최 국제포럼서 이은별 박사 발표 김새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난민 보도 90% 이상 부정적 내용"
연합뉴스·유엔난민기구 주최 국제포럼서 이은별 박사 발표
김새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 "난민 보도 90% 이상 부정적 내용"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국내 언론이 사건·사고에 의존한 아프리카 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은별 고려대 언론학 박사는 24일 서울시 종로구 연합뉴스빌딩에서 연합뉴스와 유엔난민기구가 공동으로 주최한 '아프리카 강제실향(난민) 해법 국제포럼'에서 '프레임에 갇힌 아프리카: 미디어의 선택과 배제'라는 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아프리카 문화를 흥미롭게 소개한 책 '시네 아프리카' 저자다. 최근 짐바브웨에서 2년 동안 직접 생활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한국 언론의 아프리카 기사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 서구와 비서구라는 이분법적 보도 ▲ 국제뉴스의 지역별·이슈별 전문 인력 부족 ▲ 국제뉴스 보도의 일탈성·갈등성 ▲ 자국민 중심 사건 보도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 국제뉴스는 전반적으로 영미권 외신에 대한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며 "서구 외신을 빌린다는 것은 그들의 시각으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균형잡힌 시선을 담아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이슈를 사건·사고 중심으로 보도하면서 심층 탐사보도가 부재하다"며 "사건 발생의 본질적 원인이 되는 역사적 배경, 주변국과의 관계, 세계 질서에서의 지정학적 위치,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국내 정치 등을 반영한 비판적 접근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프리카 보도는 일탈성, 갈등성이라는 기준을 과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단편적 이해로 이어지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서 일탈성은 사회 규범에 어긋나거나 통계적으로 발생하기 어렵거나 선정적인 이슈를 말하고, 갈등성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간 의견차이나 다툼, 불화를 뜻한다.
아프리카 보도는 질병, 갈등, 내전 등 부정적 내용으로 많이 채워지고 사건·사고 중심의 단편적 기사에 치중하면서 아프리카인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 박사의 분석이다.
그는 "뉴스 생산자들은 사실관계 및 출처 확인, 보도 대상국 확대를 위한 프랑스어권 보도 확인, 현지 전문가 활용 등을 통해 보도 관행을 뛰어넘어야 한다"면서 "수용자들도 뉴스를 보는 날카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며 국제뉴스에 대한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새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는 포럼 토론에서 난민 보도와 관련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유엔난민기구가 한국, 독일, 미국, 브라질, 스웨덴 등에서 조사한 '주요 국가의 강제 실향 및 난민에 대한 인식 조사 2024'를 토대로 "난민 관련 보도 중 90% 이상이 사건성 기사로 부정적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난민이 어떻게 지역사회에 포용되는지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우리 국민 중 10명 중 7명꼴로 정든 집과 삶의 터전을 떠난 난민들에 대해 연민하고 공감한다는 조사도 있다고 소개했다.
아프리카 동부 케냐에서는 카쿠마 난민촌이 지역총생산(GRP)의 3.4%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내면서 난민촌을 없애는 데 대해 지역주민들이 도리어 강하게 반대한 사례도 있다고 김 대표가 전했다.
그는 "미디어가 난민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를 포함해 균형 잡힌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고웅석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장은 "현재 연합뉴스의 아프리카 특파원은 예산 제약 문제로 당초 있던 이집트 카이로에서 철수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1명 밖에 없다"며 "현장 밀착한 기사를 생산하려면 아프리카 특파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언론사 중 최초의 아프리카 전담 공적기구로서 보도 및 사업 융합조직인 우분투추진단이 아프리카를 제대로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은 마감 시간을 한 시간 연장하면서까지 시종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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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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