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회장 "HMM 지분 매각 심각히 고민…리스크 상황 방치안돼"(종합)
실리콘밸리서 간담회…"자기자본 대비 지분율 15% 넘어 BIS비율 위험가중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3년간 성과 꼽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넥스트라운드 개최…투자자 등 300여명 참석 성황
실리콘밸리서 간담회…"자기자본 대비 지분율 15% 넘어 BIS비율 위험가중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태영건설 워크아웃 등 3년간 성과 꼽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넥스트라운드 개최…투자자 등 300여명 참석 성황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HMM 지분 매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강 회장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 '넥스트라운드 인 실리콘밸리' 행사가 끝난 뒤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아무리 말년 병장이라도 산업은행을 리스크 상황으로 내몰 수는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 회장의 임기는 오는 6월 6일 끝난다.
그는 "BIS(국제결제은행) 규정상 은행이 자기자본 대비 특정 기업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면 15%가 넘는 지분에는 위험가중치 1천250%가 매겨진다"며 "HMM 주가가 1만8천600원대를 넘어가면 이 가중치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건전성 지표로, 당국 권고치는 13%다. BIS 비율이 내려갈수록 조달 금리가 높아져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현재 HMM 지분 36.02%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이날 현재 HMM 주가가 1만9천원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자기자본 대비 비율이 15%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의 총자본은 45조9천억원이다.
강 회장은 "HMM 지분율이 15%를 넘어가면서 위험가중치가 매겨져 HMM 주가가 2만5천원을 넘어가면 현재 13% 후반인 BIS 비율이 위험해진다"며 "13% 밑으로 내려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새 정부가 들어오는데 정부 간 합의를 거쳐 무언가를 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고 그렇다고 손놓고 있기에는 너무 무책임하다"며 "새 정부가 들어오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1년은 걸릴 텐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 지 모르는 상황에서 산은 회장으로서 고민이 엄청 많다"고 털어놨다.
강 회장은 "어차피 (매각을) 한다고 해도 내가 팔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내가 시작을 해서 빠른 시간 내에 (매각하는 게) 맞지 않을까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지분 매각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강 회장은 지난 3년간 임기 동안 성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금호아시아나 구조조정 완료, 대우조선해양 매각, 쌍용차 매각,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등을 꼽았다. HMM 매각을 매듭짓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들었다.
강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의 경우 투입된 공적 자금을 전액 회수한 첫 사례"라며 만족감을 나타냈고, "태영건설은 작년 초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지금 시장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수석과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임기가 끝나면 "정치를 하지 않을 확률은 98%"라며 "휴직 중인 학교(성신여대 경제학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강 회장은 이날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3번째 넥스트라운드 행사에서 "올해 한국 스타트업에 1조7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최근 수년간 벤처 시장은 '빙하기'를 겪고 있다"며 1조7천억원의 투자를 통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1조7천억원은 지난해보다 최대 1천억원 늘어난 규모다. 산업은행은 올해 스타트업에 대한 간접투자액을 1조1천700억원, 직접투자액을 5천250억원으로 잡았다.
강 회장은 "2016년 넥스트라운드 출범 이후 총 800여차례에 걸린 라운드에서 3천개의 기업이 기업설명회(IR)를 할 기회를 가졌다"며 "그 가운데 889개 스타트업이 7조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실리콘밸리에서도 지난 2년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며 "2023년에는 5개 스타트업이 3천900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에는 3개 스타트업이 860억원의 펀딩에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에는 유망한 5개 한국 스타트업과 한국인이 설립한 혁신적인 5개 미국 스타트업이 IR 기회를 갖게 됐다"며 "이들 기업은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반도체, 헬스케어 등 향후 글로벌 혁신을 이끌어갈 주요한 업계의 개척자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AI 칩 설계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 등 10개 스타트업이 국내외 벤처 캐피탈(VC)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각 사의 기술을 소개했다.
KDB산업은행이 400억원을 투자한 퓨리오사AI는 최근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인수를 추진하면서 잘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3월 인수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퓨리오사AI는 지난 3월 메타 측에 매각 거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메타의 인수 추진과 관련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국내외 벤처캐피탈과 유관 기관 관계자 등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역대 글로벌 라운드 중 가장 성황을 이뤘다.
김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 참가한 스타트업들은 (삼성과 LG, 현대차처럼) 미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더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분야에 자본이 투입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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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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