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1심유죄 '한때 실세' 추기경 "나도 콘클라베 투표권" 논란
1심 유죄 나온 후 항소중…교황청은 '선거인 아님' 분류 성비위 의혹 다른 추기경 2명은 80세 이상이어서 투표권 없어
1심 유죄 나온 후 항소중…교황청은 '선거인 아님' 분류
성비위 의혹 다른 추기경 2명은 80세 이상이어서 투표권 없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한때 교황청의 '실세'로 꼽혔으나 비위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조반니 안젤로 베추(76) 추기경이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참가해 투표하겠다는 의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베추 추기경은 추기경으로서의 권리와 예우를 상실했으므로 선거인 자격이 없다는 게 현재 교황청 공식 입장이지만, 콘클라베 전에 열리는 전체 추기경단 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가톨릭 교계 언론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에 따르면 베추 추기경은 22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인 사르디니아에서 출발하면서 이탈리아 기자들을 만나 "콘클라베에 참가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새 교황을 뽑을 선거인들이 모이는 콘클라베에 내가 참석하는 것을 막을 아무런 형식적 혹은 법적 장애가 없다고 나는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를 콘클라베에서 배제하라고 (교황이) 명시적으로 의지를 밝힌 적도 없고, (콘클라베에 참가할 권리를) 명시적으로 포기하는 문서를 작성하라는 요청이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면서 "비록 갑작스럽게 (교황의) 선종을 맞긴 했으나, 7년간 긴밀히 함께 일했고 교회 생활의 최고위 수준에서 함께 결정을 내리고, 매일 쌓아간 우정이 사라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베추 추기경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교황청 국무원의 2인자인 '국무장관' 직책을 지낸 데 이어 2018년에는 추기경에 서임되면서 시성성(현 시성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한때 '바티칸 실세'로 꼽히던 고위 성직자다.
그는 재정비리 의혹으로 2020년 9월 시성성 장관직을 사임하고 추기경의 권리와 예우를 상실했으며, 그 후 정식으로 기소돼 2023년 12월 바티칸시국 1심 법원에서 횡령과 사기 등으로 징역 5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추기경 칭호는 유지하고 있으며 추기경회의에도 참석하고 있다.
베추 추기경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으며, 이에 따라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교황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추기경은 252명이며 이 중 135명이 콘클라베에서 교황 선거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거인이다.
현행 제도로는 교황이 선종한 날의 직전일 기준으로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에게만 새 교황 선거에서 투표할 선거인의 자격이 있다.
선거인 명단에서 제외된 추기경들은 대부분 연령제한에 걸린 경우지만, 76세인 베추 추기경은 추기경으로서 권리와 예우를 상실했다는 이유로 명단에서 배제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베추 추기경의 콘클라베 참여를 인정할지 여부가 추기경단 전체에 딜레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기 전에 선거인과 비선거인 모두를 포함한 추기경단 전체가 회의를 하게 된다.
만약 베추 추기경이 콘클라베 참가를 거부당한다면, 그가 새 교황 선거의 적법성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베추 추기경의 콘클라베 참가를 허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자격 없는 자가 투표에 참가한 것이 되어 새 교황 선거의 적법성에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볼로냐대의 교회법 교수인 제랄디나 보니는 이탈리아 일간지 '일 메사제로'에 베추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그런 이유로 콘클라베 참가 자격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2심에서 혐의를 벗게 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원론적으로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추기경은 베추 이외에도 성비위 혐의를 받은 2명이 더 있으나, 이들은 80세 이상이어서 어차피 연령상으로도 새 교황 선거 투표권이 없으므로 투표권 논란은 없다.
프랑스 출신의 장-피에르 리카르드(80) 추기경은 1980년대에 교구 신부로 있을 때 14세 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했던 사실을 2022년 10월에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페루 출신인 후안 루이스 시프리아니 토르네(81) 추기경은 1983년에 성적 학대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2019년 교황청 징계를 받은 사실을 올해 초에 공개했으나, 혐의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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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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