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더라도 안되는 투수였는데 위압감 느껴진다니" 154km 윽박 1R 장발 클로저, 7년만에 데뷔 꿈이 무르익는다 [오!쎈 퓨처스]

KIA 홍원빈./OSEN DB
[OSEN=함평, 이선호 기자] "위압감이 느껴진다네요".
지난 23일 함평-기아 챌린저스필드 2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퓨처스리그 경기가 열렸다. 더블헤더 1차전 6-5로 앞선 가운데 KIA 마무리 홍원빈이 등장했다.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에 오르더니 첫 타자는 삼진, 두 번째 타자는 1루 실책으로 내보냈으나 마지막 타자를 2루 병살로 유도하고 경기를 끝냈다.
시즌 4번째 세이브였다. 최고 154km짜리 공을 뿌렸다. 날카로운 슬라이더도 헛스윙 삼진을 잡았고 투심으로 땅볼 2개를 유도했다. 제구력도 나쁘지 않았다. 195cm 101kg의 압도적인 피지컬로 위에서 내려꽂는 구위가 위압감을 주었다. 올해 13경기 12⅔이닝 3승1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중이다. 최근 11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지금의 홍원빈을 지켜보는 이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포수 뒷편 그물방 위쪽을 가르키며 "저쪽에 공을 던졌던 친구가 이렇게 달라졌다. 7년을 투자했으니 이제는 할만한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진갑용 2군 감독도 "구위가 좋다. 일부러 위기 상황에 많이 내고 있다. 많이 좋아졌다"며 박수를 보냈다.

KIA 홍원빈./OSEN DB
2019년 2차 1라운드(전체 10순위)에 낙점을 받은 유망주였으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작년까지 1군 데뷔를 못했고 2군도 31경기에 그쳤다. 제구가 문제였다. 마운드에 오르면 진정이 되지 않았다. 주자가 있으면 더 엉망이었다. 군복무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는 더 이상 야구를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찾아왔고 지난 1월 자비 1500만원을 들여 미국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절박감과 노력 덕분에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154km짜리 볼을 던지면서도 제구가 되고 변화구 구사력도 좋아진 것이다. 진 감독의 강력한 추천으로 지난 2월 2군 고치캠프에서 1군 오키나와캠프로 콜업을 받았고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화끈한 구위로 눈길을 끌었다. 강력한 직구와 땅볼용 투심, 슬라이더를 위주로 던진다. 개막과 함께 2군 마무리로 발탁받아 순항을 하고 있고 이제 1군 데뷔의 꿈도 무르익고 있다.
경기후 만난 홍원빈은 "2군에서도 최고구속은 154km였다. 계속 152, 153, 154까지는 나온다. 클로저는 처음이지만 별로 긴장되거나 당황스럽지 않다. 예전에는 경기를 앞두고 불안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 마무리 보직으로 경기를 하다보니 마운드에서 여유가 생긴다. 주자가 있어도 차이가 조금은 없어졌다. 이겨야겠다는 멘탈이 생기면서 제구도 되는 느낌이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친구에게서 위압감이 느껴진다는 칭찬까지 들었다. 작년까지는 볼넷이 너무 많아 상대하기 쉬운 투수였지만 지금은 위협적이라는 평가이다. "작년까지는 타자들을 상대하면 가만히 서 있으면 된다(볼넷)는 느낌이었다. 올해는 NC 친구 장창훈에게서 위압감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변화를 이끈 비결은 미국 트레이닝 센터였다. "내가 가만히 쉬지 못하는 성격이다. 쉬는 날 없이 계속 운동을 했다. 몸을 혹사하는 스타일이었다. 미국에서 루틴을 간소하게 만들었다. 예를들어 몸풀기 10분, 공 던지기 10분, 마무리 운동 10분 이런 식으로 만들었다. 간소한 루틴대로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마무리하면 좋겠다"며 소망했다.
5월부터는 1군 등록이 가능해 7년만에 데뷔 가능성도 열려있다. "작년까지는 내가 보더라도 경기가 안될 정도였다. 지금은 이기는 상황에서 써주셔서 불안보다는 기대가 크다. 주변에서 5월되면 올라갈 준비하라는 장난을 한다. 1군 데뷔가 큰 목표이지만 지금도 너무 행복하다. 1년 동안 아프지 않고 이렇게 운동만 해서 행복할 것 같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얼굴 표정이 입단 이후 가장 밝아보였다. 답답했던 야구가 풀리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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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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