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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위협하는 트럼프 2기

이주형 변호사·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올해는 유엔 창립 80주년이자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지만,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은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지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다가오는 시점에 전 세계 통상 질서는 전례 없이 위험한 파고를 맞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단지 일방주의의 상징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불확실성 게임’이 되고 있다.

한국을 겨냥한 관세 리스트는 협상 테이블에 그야말로 겹겹이 쌓여 있다. 상호관세 25%는 오는 7월 9일까지 일시적 유예로 한숨 돌렸으나, 겨우 90일 남짓한 협상 시한이 남아있다. 철강·알루미늄, 승용차, 경량 트럭, 전자부품 등 주요 품목별 관세 25%는 이미 부과되고 있거나 곧 부과될 예정이다.

감정적이고 변덕스러운 통상정책
일방주의 넘어 ‘불확실성 게임’
공급망 분산, 수출 다변화 필요

여기에 더해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조사 대상에는 반도체·의약품·구리·목재뿐 아니라 핵심광물이나 희토류가 들어간 가공품과 파생상품까지 포함하고 있다. 언제 어떤 품목이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 표적이 될지 오리무중이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반도체·스마트폰·노트북 등이 관세 예외 대상이라고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때문에 오락가락하는 미국의 통상정책에 기업의 미래를 기대는 것이 무모한 도박과 다름없어 보인다. 최근 미국의 관세 정책은 전략적 조정이라기엔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세밀한 설계라고 보기엔 너무 엉성하고 변덕스럽다.

그러나 혼돈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트럼프 1기와 달리 2기 들어 관세 정책의 핵심 표적인 중국의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8년 전에는 중국·유럽연합(EU)·캐나다·튀르키예 등 많은 국가가 경쟁하듯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EU 등 대부분의 국가가 망설이는 동안 중국만 홀로 미국을 WTO에 제소했다.

중국은 다자무역체제를 기반으로 한 링에서 관세부과 펀치에 끈질기게 버티는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인 복싱 챔피언으로 변신한 듯한 모양새다.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보복할 법적 근거로 마련된 ‘반(反) 외국 제재법’을 한층 강화하고, 주변국에 ‘운명 공동체’를 결성하자는 맞불 정책을 들고 나왔다.

최근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가 SNS에 우스꽝스러운 동영상을 올렸다. ‘미국’이라는 이름표를 붙인 양이 ‘중국’ 양을 향해 돌진해 머리를 들이박고는 되레 나가떨어지는 동영상이었다. 미국이 발동한 미·중 통상 전쟁에서 중국은 미국의 어떤 협박에도 밀리지 않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영상을 통해 우회적으로 보여줬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장군멍군 식으로 관세를 올려 미국의 대중 관세율은 최대 245%, 중국의 대미 관세율은 125%까지 치솟았다.

미국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라는 시간 제약에 쫓기지만, 중국은 공산당 1당 지배의 권위주의 체제라는 특성 때문에 장기전 체제로 맞설 태세다. 물론 중국은 대미 수출 길이 막히면 고질적인 과잉생산을 해소하기 위해 밀어내기 저가 수출에 몰두하게 된다. 이에 따른 최대 피해는 이웃한 한국이 될 것이다. 오는 24일 한·미 재무·통상 장관의 ‘2+2’ 통상 협의를 앞둔 한국의 선택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첫째, 미국이 제안한 조선산업 협력, LNG 구매와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투자 등 미국의 요청 리스트에 대한 실리 중심의 접근을 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원하는 리스트에는 한국의 공급망 확보에 이득이 되는 항목도 분명히 있다. 둘째, 한국 입장에서 상호관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품목별 관세다.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자동차·철강 관세 면제를 미국에 타진 중이니 일본의 대미 협상 과정을 차분히 관찰하며 전략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셋째,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가입을 서둘러 공급망을 분산하고, 수출과 투자의 다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일으킨 관세 태풍이 거셀수록 한국은 돛대의 균형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주형 변호사·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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