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의 기쁨과 희망] 프란치스코 교황의 눈높이는 사랑이었습니다

빈자 보듬고 전쟁과 극단 경계
세월호 배지 떼라는 이들에게
“고통 앞에서 중립 없다” 일갈
너무 멋진 삶을 산 시대의 거인
세월호 배지 떼라는 이들에게
“고통 앞에서 중립 없다” 일갈
너무 멋진 삶을 산 시대의 거인
![2014년 8월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 [연합뉴스]](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4/c82e636b-bda0-4a25-97f9-8884be8505a4.jpg)
그런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교황이었다. 때는 2014년이었다. 그해 진도 앞바다에 세월호가 침몰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의 목숨이 잃었다. 나라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유가족들은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광화문광장으로 갔다. 광장에서 신부와 수도자는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울고 함께 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다. 한국에 도착한 교황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세월호 유가족을 만났다. 바티칸 대사관에서는 유가족에게 세례를 주었다. 교황은 미사 때에 세월호 배지를 달고 있었다. 광화문광장에서 미사를 드릴 때는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아주었다. 한국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배지를 떼고 중립을 지키라는 이들이 있었다며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고 했다. 이 말은 교회와 세상이 걸어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나침판이 되었다.
최근 교황은 세상이 점점 극단주의에 빠져드는 걸 걱정하였다. 유럽 선거에서 극우 정당 바람이 불자 “지금 민주주의는 건강하지 않다”며 혐오와 차별이 정치의 언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무엇보다 전 세계가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마지막 유언이 되어버린 부활대축일 메시지도 “전쟁을 그만두자”이다. 그런 뜻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양 방문을 원했다. 북한이 초대만 하면 언제든지 평양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누구보다 바랐던 프란치스코 교황이었다.
어찌 한반도만 그러랴.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곳에 평화가 있기를 바랐다. 특히 교회가 모든 이를 환대하길 바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는 이혼한 사람도, 동성애자도, 성전환자도 모두 환영한다고 했다. 혹시 교회로부터 거부당한 느낌이 들면 그건 교회의 뜻이 아니라 ‘한 개인의 행동’이니 이해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세상의 편견과 맞서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로하고 포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초로 여성을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했다. 자신의 재임 중 추기경 140명 이상을 유럽을 벗어난 나라에서 임명했다. 성직자부 장관에 한국인 유흥식 추기경을 임명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한국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상을 놓은 것도 프란치스코 교황 때의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상에서의 마지막 삶도 소박하길 바랐다. 크고 화려한 성 베드로 대성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교황은 평소에 자신이 기도를 드리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성모 대성당)에 묻히길 원했다. 성모 대성당 한쪽에 미사에 사용하는 초를 보관하는 창고가 있는데 그 공간이 교황의 무덤으로 낙점되었다. 여기에 교황은 스스로 기존의 교황 장례예식을 고쳐 품위 있지만 소박한 장례를 치르길 바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은 당신의 뜻대로 치러질 것이다.

“축구는 늘 민중의 것”이라며 축구에 열광하던 교황, 젊은 시절 친구들과 탱고를 즐겨 추던 교황, 고향으로 돌아가 시골의 본당 신부가 되고 싶었던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를 닮고자 했던 한 사제로서, 유머와 인간을 사랑했던 한 인간으로서, 너무나 멋진 삶을 살아낸 이 시대의 거인이며 별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언이 되어버린 자서전 『희망』을 이렇게 마무리한다. “저는 한낱 지나가는 발걸음일 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한다.
조승현 가톨릭평화방송 신문(cpbc)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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