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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의 과학 산책] 바이올렛을 바라보며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길을 걷다 보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바이올렛(제비꽃)이 여기저기 피어올랐다. 봄철이면 문득 우리 곁으로 다가와 애틋한 감정을 일으켜 글의 단골손님이 되고 때론 편지의 글감이 되기도 한다.

“만일 네가 그 문제의 해답을 얻는 데 성공했다면 빨리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 그 이유는 바이올렛이 봄에 이곳저곳에서 피는 것처럼 그것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헝가리 수학자 파르가스 보여이가 그의 아들 야노시 보여이(1802~1860)에게 쓴 편지글로, 쌍곡기하를 발견했다는 아들의 편지를 받고 쓴 답장이다. 그런데 편지 속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같은 시기에 러시아 수학자 로바체프스키(1792~1856)가 야노시 보여이의 발견과 똑같은 이론을 발표했다. 당시 수학자들은 유클리드 평행 공리를 증명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었던 터라, 두 사람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평행 공리를 부정하는 기하를 동시에 만든 것은 실로 미스터리이다.

김지윤 기자
유난히 수학에서 새로운 사실이 여러 곳에서 동시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발견의 선후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어떤 경우엔 개인을 넘어 나라 사이에 선후 논쟁이 불붙기도 한다. 미분법의 발견이 그랬다. 미분법 논쟁은 뉴턴과 라이프니츠 개인에서 시작해서 그들의 출신국인 영국과 독일의 학계로 번져 감정대립으로 치닫다가 급기야 두 학계는 100년 동안 교류를 끊었다. 선후 논쟁은 수학자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지천으로 핀 바이올렛에 빗대었지만, 정작 바이올렛은 억울하다. 바이올렛의 꽃말은 사랑·양보·겸손이다. 이 꽃말을 실천한 인물이 있다. 프랑스의 뉴턴으로 불린 수학자 라플라스(1749~1827)는 수학의 초심자들에게 먼저 발표할 기회를 주려고 자신의 발견을 발표하지 않은 채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기다렸다고 한다. 선후 논쟁을 무색하게 한 관대함이다. 라플라스를 꽃으로 부른다면 영롱한 보라색의 바이올렛이라 부르리라.

이우영 고등과학원 HCMC 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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