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74) 모란이 이울기 전에

박병순(1917∼2008)
마음 하나 떠받쳐 줄 한 떨기 모란이 그리워
나는 온종일 헤매도 피로를 몰랐다
이 흥이 거나한 양 볼이매 타는 노을이 고와라
기한(飢寒)을 참는 것은 죽음보다 더 슬펐고
정열은 분수처럼 내뿜을 수 있어 좋았다
오월을 담은 모란이 또 한 송이 뚝 지나 보다
-낙수첩(1956년 4월)
시조를 체계화하다
최초의 시조 전문지 ‘신조(新調)’를 간행한 선생이 등단 시집인 ‘낙수첩(落穗帖)’에 수록한 작품이다. 모란을 찾아 양 볼에 노을빛 홍조를 띄며 헤매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또한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없어 배고프고 추위를 참는 일이 죽음보다 슬펐다는 표현은 당시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짧은 기간에 나라를 얼마나 일으켜 세웠었던가?
선생의 업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태극, 한춘섭 선생과 함께 『한국시조큰사전』을 편찬한 일이다. 우리의 고시조를 총망라하고, 이 책이 편찬된 1983년까지의 현대시조 작가들도 모두 수록한 엄청난 작업이었다. 이로서 700년 역사의 시조가 체계화됐으니, 후학으로서는 그 은혜에 감읍할 따름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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