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대중을 염두에 뒀다” 전주영화제서 특별전 여는 배창호 감독

" 시대를 뛰어넘어 내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쁘죠. "
40여 년간 감독을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설레는 표정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을 앞둔 배창호(72) 감독을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간만에 봄볕이 내리쬐는 따뜻한 오후였다. 새 관객을 만날 자신의 작품들을 떠올리는 그의 눈은 빛을 받아 더 반짝였다.




Q : 1980~1990년대에 발표된 작품을 상영한다. 2025년의 관객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A : “보기에 따라 비판적인 눈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사법이 좀 어색하거나 전개가 좀 지루할 수 있다.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본다면 영화에서 취할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Q : 다큐멘터리 ‘배창호의 클로즈업’ 상영을 마치고 1시간 동안 마스터클래스(관객과의 만남)가 예정돼있다.
A : “영화의 연기 연출과 표현력, 영상적인 역동성 등 발전한 면이 여럿 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나 영화의 예술적 표현력에 대해선 늘 아쉬움을 느낀다. 회화나 소설·연극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져 온 영화적 표현의 맥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Q : ‘배창호의 클로즈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A : “(공동연출한) 박장춘 감독은 내 영화의 클로즈업에 관한 논문을 썼다. 박 감독이 지난해에 다큐멘터리를 제안했다. 처음엔 손사래를 쳤지만, 내 영화 촬영지 위주의 에세이 영화라면 괜찮겠다고 생각해 촬영을 시작했다.”
Q : 어떤 곳을 다시 찾았나.
A : “내 영화 18편 중 ‘철인들’(1982), ‘고래사냥2’(1985)를 제외한 16편의 촬영지에 향했다. 동해안·설악산·경주 등 국내와 미국의 데스밸리(깊고 푸른 밤·1985), 일본의 마쓰야마(흑수선·2001) 같은 해외 장소도 갔다.”
Q : 촬영지와 영화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A : “인물과 더불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요소다. 영화의 공간을 귀하게 여기는 게 중요하다. ‘흑수선’의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시나리오에는 다른 장소를 적어놨는데, 당시 서울역이 폐쇄된다는 얘길 듣고 급히 바꾸어 찍었다. 영화에 기록하고 싶어서다. 요즘은 돈을 써서 세트를 만들기도 하는데, 예전엔 여건이 안 됐다. 그게 좋은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Q : 자신을 어떤 감독이라고 생각하나.
A : “지금 생각해보면 늘 대중을 의식하며 영화를 찍었다. 대중성의 의미가 조금씩 변화되어 온 건 사실이지만, 만명도 대중이고 천만명도 대중이다. 영화는 대중을 위한 예술이란 걸 심화시키려 노력했던 감독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 감독으로서 지금 하고 싶은 영화는 무엇인가.
A : “이제까지 사랑에 대한 영화를 찍어왔다. 직접 ‘사랑’을 다루거나, 사랑의 다른 면인 ‘욕망’을 비추는 영화. 이젠 종교를 통해 사랑을 나타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다. 나의 장비는 이성과 감성, 지식과 경험에 있다. 그리고 내 체력. 이것들이 녹슬지 않는 한 계속 영화를 하고 싶다.
Q : 영화산업 전반이 불황이다. 타개책이 있다면.
A : “달리는 바퀴를 잠시 멈춰야 한다. 제작비가 너무 올랐다. 극장, 산업, 영화계 종사자 등 모두가 힘들다. 기계적인 (흥행용) 영화보다는 진짜 생명력 있는 영화를 만드는 환경이 돼야 한다. 독립영화는 국가의 지원을 늘리고, 상업영화 또한 위험분산을 줄여 200억 한 편 대신 20억 열 편을 만드는 등, 작은 기획들을 통해 젊은 감독들의 독특한 창작력을 살려야 한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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