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급제동'?…"대중 관세 '0%'는 아니라도 상당히 내려갈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에 부과한 관세와 관련 “협상을 거치면 중국의 관세율(현재 145%)은 상당히 많이 내려갈 것”이라며 중국을 향한 유화 메시지를 냈다. 또 “경질하겠다”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해서도 닷새만에 “해고할 생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세계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관세가 미국의 주가 폭락을 부추기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또 다시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유화 메시지가 나온 이날 뉴욕증시는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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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는 아니겠지만, 관세는 내려갈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폴 앳킨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취임식 이후 문답에서 “펜타닐과 다른 여러 요소가 쌓이면서 (대중 관세가)145%가 됐다”며 “협상을 하면 제로(0%)가 되지는 않겠지만, 관세율은 그 정도로 높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계속 강하게 나갈 것인지’를 묻는 말에도 “아니다. 우리는 매우 잘 대해줄 것이고, 그들도 좋게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모두에게 공정한 협상이 될 것이고, 이 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중국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백악관이 게재했던 코로나19 ‘우한 기원설’ 등에 대해서도 “중국과이 협상에서 코로나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JP모건이 비공개로 주최한 행사에서 “아주 가까운 미래에 중국과의 무역 긴장에서 완화가 있을 것이고, 트럼프 정부의 목표는 중국과의 분리(디커플링)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협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이) 협상하지 않으면 우리(미국)가 숫자(관세율)를 정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갖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 수출하려면 중국이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거란 기존 주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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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패배자’라더니…“파월 해고할 생각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자신이 취임한 이후 식료품 등 물가가 내려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금리를 내려야 하고, 지금이 적기”라며 재차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나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 아이디어에 좀 더 적극적이길 바랄 뿐, 그를 해고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닷새전인 지난 17일 “해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던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말이다.

이는 시장의 부정적 반응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뜻을 밝힌 뒤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뉴욕 증시는 폭락했다. 반면 이날 발언 뒤엔 주가가 반등세를 보였다. 관세가 미국 경제를 부흥시킬 거라고 주장하지만, 시장은 그의 강경 기조와 반대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금융 시장의 혼란과 관련 “이는 과도기이며 (상황이) 더 갈 수 있지만,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며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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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버티고…시장 반응에 반복되는 ‘후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급발진과 급제동을 반복하면서 시장의 불활실성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9일 발효했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불과 13시간만에 유예했다. 11일엔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가, 14일엔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가 제외됐다.

이를 통해 중국 및 캐나다·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둔 미국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이날 메시지 역시 전조가 미리 감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월마트·타깃·홈디포·로우스 등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 압박에 몰린 미국의 주요 유통업체 대표들과 만났다. 예정에 없던 긴급 회동 이후 업체들은 일제히 “관세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했다”는 입장을 냈다.

이날 오전엔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공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를 취소해 달라는 요구를 냈다. 이들 역시 “자동차 부품 관세를 가격 상승 및 차량 유지비 및 수리비 인상 등의 도미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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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협상단 방미…백악관 “이번주 34개국 협상”

이런 가운데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부장관이 24일 미국과 관세 협상에 나선다.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최 부총리는 “미국의 요구 사항을 경청하고 우리 입장도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 장관은 출국 전 “무역 불균형과 조선 산업 협력, 에너지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등판을 비롯해 방위비 문제가 돌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무역팀이 ‘트럼프 스피드’로 일하고 있다”며 “이번 주에만 총 34개국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34개국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다. 레빗 대변인은 이어 “미국과 합의하길 원하는 나라가 100개 이상이고, 지금까지 18건의 서면 제안서를 받았다”며 각국을 향해 조속한 합의를 요청했다.



강태화([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