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종] 네타냐후, 가자전쟁 비판 싫다고 애도까지 선긋나
정부, 추모트윗 삭제…당국자, 경위 두고 '교황의 비판' 언급 교황, 가자전쟁 후 인도주의 위기 개탄·이스라엘 전쟁범죄 조사 촉구
정부, 추모트윗 삭제…당국자, 경위 두고 '교황의 비판' 언급
교황, 가자전쟁 후 인도주의 위기 개탄·이스라엘 전쟁범죄 조사 촉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이 가자지구 공세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전 비판이 못마땅해 그에 대한 애도나 추모에까지 선을 긋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자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추모글을 올렸다 삭제했다.
삭제된 게시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 안식하소서. 그에 대한 기억은 축복이 되게 하소서"라는 글과 함께 교황이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해 기도하던 사진이 담겨있었다.
현지매체 예루살렘 포스트는 게시물 삭제 경위와 관련해 교황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점, 추모글이 실수로 공개됐다는 점 등 이스라엘 외무부 당국자들의 설명을 전했다.
지구촌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과 관련해 지금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당일 엑스를 통해 "깊은 신앙과 무한한 연민을 지닌 분"이라며 전 세계 그리스도교인들을 위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고통에 중립이 없다'는 소신에 따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교황은 작년 8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세가 제노사이드(genocide)가 아닌지 국제사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노사이드는 과거 나치의 유대인 유린처럼 대량학살, 강제이주, 사회문화적 탄압 등으로 특정 집단을 말살하는 인류 최악의 흉악범죄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살인, 박해를 저지르고 굶주림을 전쟁 도구로 썼다는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를 작년 11월 수배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1월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봉쇄에 따른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도주의 위기를 두고 "수치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제노사이드 비판에 근거가 없으며 자국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 군사조직만을 추적해 제거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유대인 율법학자들 사이에서는 교황이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선택적 분노'를 일삼는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가톨릭교회와 유대교는 수 세기에 걸친 반목 끝에 최근 수십년간 관계를 개선해오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 재위 기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들지 않으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교황은 2014년 유대교 최대의 기도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방문하고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을 분리하는 장벽도 찾아 기도했다.
교황은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는 반유대주의 단체들의 득세를 규탄하면서도 저녁마다 가자지구 내 기독교 공동체와 전화 통화를 해 이들의 고난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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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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