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하시길”…명동성당 빗속 조문행렬
“주님 품 안에서 안식하시길, 아프지 않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기도했어요.”22일 오후 3시30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지하 성당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나온 김재현(29)씨가 말했다. 종일 비가 내렸지만, 교황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는 신자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아침부터 성당을 찾았다가 오후 3시에 공식 분향소가 열린다는 말에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명동대성당 외에도 서울 종로구 궁정동에 있는 주한 교황대사관에도 공식 분향소가 마련됐다.
명동대성당 분향소 앞에는 150여 명의 긴 줄이 늘어섰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거나 40분간 진행되는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입장한 신자는 “분향소 열리기 3시간 전부터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출구 앞에 서서 우는 이들도,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온 모습도 보였다. 대구시에서 왔다는 박모(23)씨는 “영면에 드실 수 있도록 기도드렸다”고 말했다. 2014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교황을 만났다는 신자도 자리했다. 서울 중구에서 온 길모(70)씨는 닳은 묵주를 손에 쥐고 “어제 SNS를 통해 소식을 접했는데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며 “이후 언론 보도를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전 7시 미사를 마치고 나온 박모(55)씨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하고, 신앙의 진리를 수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받아 좋은 분이 선출되길 바라는 기도를 드렸다”고 전했다.
명동대성당 분향소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단인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구요비 주교, 이경상 주교,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가 조문했다. 주교회의는 22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국내에서 주교회의 차원의 공식 추모 미사는 하지 않으며, 재량에 따라 교구별로 날짜와 장소를 정해 추모 미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별도로 각 교구는 재량에 따라 주교좌 성당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주교회의는 전했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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