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루저 파월”…‘셀 USA’ 거세졌다, 금값은 3500달러 ‘터치’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사실상 없다”며 “심각한 루저인 ‘Mr. Too Late(금리 결정이 매번 늦는다는 뜻으로 파월 의장을 지칭)’가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내가 그(파월 의장)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빠르게 그만둘 것”이라고 사퇴 압박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공세 수준을 더 높였다.
시장은 미국 자산을 대거 매도하는 식으로 즉각 반응했다. 90일의 상호관세 유예로 안정을 찾는 듯했던 미국 자산시장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달러 가치와 주가뿐 아니라 미 국채 가격까지 동반 하락했다. 전 세계 자금을 빨아들였던 미국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나타난 ‘트리플 약세(미국 주식·달러·국채 가격 하락)’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셀 아메리카 거래가 활발해졌다”고 평가했다. 달러와 미국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로·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한때 97.92까지 하락했다. 2022년 3월 31일(97.69) 이후 처음으로 98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값은 3년 1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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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돈 뺀다…달러·주식·국채 ‘트리플 약세’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빌려 “금 가격이 상승하는 건 미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진정한 안전자산은 (달러나 미 국채가 아닌) 금이란 인식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시장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면 내년 중반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금과 함께 나란히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 가격도 상승세다. 달러 약세, 미·일 관세 협상 변수와 맞물려서다. 이날 달러당 엔화 가치는 140엔 선까지 갔는데,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 가능성은 작다고 보지만, Fed의 독립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전망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큰 달러 리스크”라며 “달러에 대한 시장 신뢰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가 안전자산으로 여겨온 기축통화인 달러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주가도 큰 폭으로 내렸다. 이날 다우존스(-2.48%), S&P500(-2.36%), 나스닥(-2.55%)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애플 등 7개 초대형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7’을 중심으로 낙폭이 컸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5.75% 하락하면서 2024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시가총액 기준 미국 10대 기업에서 밀려났다.
미 국채에 대한 매도세 역시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한 이후 4.2%대까지 떨어졌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4.4%대로 다시 치솟았다(국채 가격 하락). 25일 자정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하루 전보다 0.057%포인트 오른 4.421%를 기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전까지 미국 경제가 가장 좋을 것이라는 기대에 미국 자산시장에 돈이 몰렸는데 관세 여파는 정반대 상황을 만들었다”며 “미국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셀 USA’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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