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품 안에서 안식하시길"...비에도 끊이지 않은 교황 추모 물결

" 주님 품 안에서 안식하시길, 아프지 않고 행복하시길 바란다고 기도했어요. "
22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 앞에서 만난 김재현(29)씨는 조문 인사를 마치고 나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비가 내렸지만, 교황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려는 신자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오전 9시쯤 성당을 찾았다가 오후 3시에 공식 분향소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신자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명동대성당은 오후 3시부터 지하성당이 ‘주교회의 공식 분향소’로 운영된다고 공지했다. 이외에도 서울 종로구 궁정동 소재 주한교황대사관에 공식 분향소가 마련된다.
오후 3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주교단인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구요비 주교, 이경상 주교가 차례로 명동대성당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문했다. 조문을 마친 한 권한대행은 “늘 겸손하고 소탈하신 모습으로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신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께 깊은 감사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이날 오후 5시 분향소를 찾았다.
일반 신자들은 입장 전 분향소 앞에 150여명까지 늘어서기도 했다. 일반 신자의 조문은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방식과 40분간 진행되는 미사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안내됐다. 가장 먼저 입장한 한 신자는 "분향소가 열리기 3시간 전부터 자리를 지켰다"고 전했다.

조문을 마친 신자 중에는 눈이 빨갛게 부어 나오거나, 출구 앞에 몇분간 서서 우는 이들도 있었다.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먼 걸음을 한 경우도 있었다. 대구광역시에서 왔다는 박모(23)씨는“어제 저녁에 뉴스로 소식을 듣게 됐다”며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입장했는데, 영면에 잠드실 수 있도록 기도드렸다”고 말했다.
2014년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는 신자도 자리했다. 서울 중구에서 온 길모(70)씨는 닳은 묵주를 손에 쥐고 “어제 SNS를 통해 소식을 접했는데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며 “이후 언론보도를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교황청은 22일(현지시간) 교황의 장례식이 토요일(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5시) 성베드로 대성당 앞 광장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는 장례 미사에 의장인 이용훈 주교, 염수정 추기경, 임민균 신부가 참가한다고 22일 밝혔다.
주교회의는 이날 열린 상임위원회를 통해 국내에서 주교회의 차원의 공식 추모 미사는 하지 않으며, 재량에 따라 교구별로 날짜와 장소를 정해 추모 미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별도로 각 교구는 재량에 따라 주교좌 성당에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주교회의는 전했다.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위한 공식 기도문을 교황청으로부터 받는 대로 번역해 교구 등에 전달할 계획이며, 신자들에게 교황을 위한 9일 기도를 권장하기로 했다.
최혜리.김자명([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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