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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종] '수십년 갈등' 中에 끊임없이 화해 손짓…中방문은 못 이뤄(종합)

"중국 대단한 나라·교회의 약속이자 희망"…방중 희망 여러 차례 피력 교황청, '미수교·무신론' 中과 껄끄러운 관계…2018년 주교 임명권 협약으로 '해빙' '바티칸 수교' 대만은 이틀간 조기 게양·특사 파견 애도…양안 관계엔 '불씨'

[교황 선종] '수십년 갈등' 中에 끊임없이 화해 손짓…中방문은 못 이뤄(종합)
"중국 대단한 나라·교회의 약속이자 희망"…방중 희망 여러 차례 피력
교황청, '미수교·무신론' 中과 껄끄러운 관계…2018년 주교 임명권 협약으로 '해빙'
'바티칸 수교' 대만은 이틀간 조기 게양·특사 파견 애도…양안 관계엔 '불씨'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지난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과 수십년간 껄끄러운 관계였던 중국에 끊임없이 화해 손길을 내밀었고, 일정 부분 관계 개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은 다른 다수 국가와 달리 중국이 아닌 대만과 수교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1951년 대만을 정부로 인정한 바티칸과 단교한 뒤로 공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
또 중국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무신론 국가이며 당원이 종교를 갖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중국 내 가톨릭신자는 1천2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국은 특히 교황의 주교 임명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주교를 임명하면서 교황청과 수십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신장·티베트 등 지역에서의 소수민족·종교 탄압 문제를 두고도 대립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과 관계 개선 노력을 기울이면서 해빙 분위기가 시작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편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처음으로 중국 문제를 언급했다.
교황은 당시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 3월 자신이 교황에 선출된 수일 뒤 시 주석이 국가주석으로 선출된 사실을 거론하며 "그때 시 주석에게 편지를 썼고 그도 내게 답장을 보냈다. 우리와 중국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위대한 민족이며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8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긍정적 기류가 관측됐다.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이 방한했을 당시에는 중국이 영공 통과를 거부해 소비에트연방(소련) 항로를 거처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관례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국민에게 안부를 전한다. 중국에 평화와 행복이 있도록 하느님이 축복해 달라"고 기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도 "바티칸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논평으로 화답했다.

그는 또한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희망을 계속 피력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교황은 방한 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중국을 방문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당연하다. 내일이라도 가겠다"고 답했다. 2015년 1월 필리핀 방문 이후 로마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도 "나는 언제든 중국을 방문할 준비가 돼 있다" 말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9월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중국은 "가톨릭교회의 약속이자 희망"이라며 "중국은 대단한 나라로, 중국을 존경한다"고 언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노력은 바티칸과 중국이 2018년 9월 주요 갈등 요인이었던 주교 임명권 문제에서 합의하고 2년 기한의 잠정 협정을 맺는 성과로 이어졌다. 협정은 2020년과 2022년 두차례 연장됐으며 지난해 10월 4년 추가로 연장됐다.
이 협정은 전문이 공개된 적은 없지만 중국 정부가 교황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는 대신 교황청은 중국 당국이 자체 임명한 주교를 승인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이전까지 주교 임명을 중국 정부가 승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주교 임명의 절대적 권한을 교황에게 부여한 교황청과 충돌해왔다.
양측 입장을 절충한 이 합의를 두고 가톨릭 안팎 비판론자들은 교황청이 중국공산당에 굴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황은 2014년 이탈리아 로마를 찾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면담하지 않거나, 홍콩 대교구장을 역임한 조셉 젠 추기경이 2022년 민주화 운동가를 도운 혐의로 당국에 체포됐을 당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등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중국이 지난 수년간 교황청과의 합의를 무시하고 두차례에 걸쳐 일방적으로 주교를 임명하면서 가톨릭교회 내 회의론이 커지기도 했다.
하지만 교황은 "중국에 대해 장기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불완전한 대화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며 합의를 옹호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교황이 임명한 중국 주교가 서품받으며 양측의 갈등도 일단락됐다.

바티칸과 중국 사이에 오랜 걸림돌이었던 주교 임명권 문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서면서 양국이 외교관계를 맺을지에도 관심이 모이기도 했으나 수교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교황의 오랜 바람이던 중국 방문도 이뤄지지 못했다. 가톨릭교회 수장인 교황은 아직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교황과 시진핑 주석의 회동도 성사되지 않았다.
교황과 시 주석은 2022년 카자흐스탄, 2015년에는 미국을 같은 시기에 방문해 '깜짝 만남'에 대한 기대를 모았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2019년 시 주석이 이탈리아를 국빈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당국은 교황 선종 당일에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다가 하루 뒤인 22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교황의 선종에 애도의 뜻을 표시한다. 중국과 바티칸은 건설적 접촉을 유지하고 유익한 교류를 이어왔다. 중국은 바티칸과 함께 노력해 지속적인 관계 발전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교황 장례식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중국 외교부는 2022년 12월 31일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선종했을 때는 일주일 뒤인 이듬해 1월 6일 외교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애도를 표했는데 이번에는 하루만에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교황과 껄끄러운 사이였던 지도자들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이 선종 당일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하고 트럼프 대통령 등 일부는 장례식 직접 참석 의사를 밝힌 것과는 여전히 대비된다.
이에 비해 이번에 대만은 라이칭더 총통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애도한 데 이어 교황청에 조전을 보내고 적절한 지위의 관리를 교황 장례식에 특사로 파견하기로 하는 등 교황을 추모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대통령실 격)는 또한 이틀간 조기를 게양해 애도의 뜻을 표하기로 했다고 22일 대만 자유시보가 보도했다.
대만 특사 파견은 최근 고조된 양안 갈등에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은 있다.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식 때 마잉주 당시 총통이 참석하자 중국은 이에 항의하며 바티칸이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5년 천수이볜 당시 총통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도 중국은 조문단 파견을 거부하고 천 총통에게 비자를 발급한 이탈리아에 강하게 항의했다.
베네딕토 16세 선종 때는 차이잉원 총통 특사인 천젠런 전 부총통이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이와 관련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티칸이 대만과 단교하는 것이 교황 방중의 선제조건인지를 묻는 말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대만은 중국 영토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전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다. '대만 지역'과의 교류는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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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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