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건장관, 자폐증 '전염병'이라며 "환경독소 때문"…또 구설
"유전 때문 아냐, 예방 가능" 주장…연구자들 "말도 안되는 소리" "자폐증이 가족 파괴한다" 발언도 논란
"유전 때문 아냐, 예방 가능" 주장…연구자들 "말도 안되는 소리"
"자폐증이 가족 파괴한다" 발언도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가 예방 가능한 질환이며 환경 독소가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관련 단체와 연구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의회 전문지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자폐증은 예방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최근 자폐증이 늘고 있는 원인을 환경 요인으로 돌렸다.
또 최근 학자들이 자폐 발병 요인으로 주목하고 있는 유전적 요인에 대한 연구는 '막다른 길'이라 부르며, 자폐증과 관련해 언론과 대중이 "전염병 부정의 신화"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자신의 재임 기간 보건복지부가 곰팡이, 식품 첨가물과 같은 특정 물질들과 부모의 비만을 조사하는 데 집중해 자폐아 증가율을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케네디 장관은 "유전자가 전염병을 일으키는 게 아니다"라며 "환경 독소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폐증) 아이들의 다수는 정상적으로 기능했지만, 두살 때 자폐증에 대한 환경적 노출로 인해 퇴행했다"고 말했다.
케네디 장관의 이 같은 주장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자폐 발생률 증가와 관련해 발표한 보고서와도 배치된다.
CDC는 최근 보고서에서 자폐 발병률이 오른 것은 자폐 검진이 증가한 데서 일부 기인하며, 이외에 자폐 인식 제고, 서비스 접근성 향상, 고령 출산 부모 증가, 자폐증 정의의 확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자폐증 관련 단체는 환경 독소를 언급한 케네디 장관의 발언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뿐더러 해롭다고 지적했다.
미 자폐증 협회(ASA)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 크리스틴 로스는 더힐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지역사회가 더 나은 지원을 받고 포용 되며 자폐증의 다양성을 반영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케네디 장관이 자폐증이 "가족을 파괴한다"며 자폐를 가진 많은 아이가 "세금을 내지도, 직업을 갖지도, 야구를 하지도, 시를 쓰지도, 데이트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서도 비난이 일고 있다.
로스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자폐증을 가진 사람이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을 사랑한다"고 반박했다.
자폐증 연구자 도린 사멜슨은 100개 이상의 유전자가 자폐증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앞서 자폐증 연구자 에릭 폼본 오리건대 명예교수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케네디 장관의 발언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평가했고, CDC 연구에 참여한 조슈아 안바르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자폐는 전염병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예방 조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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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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