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는 아니잖아요" 2950억 알힐랄 잡으려고 군대도 미룬 이남자

“그렇다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아니잖아요.”

프로축구 광주FC는 오는 26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알힐랄(사우디)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을 치른다. 출국을 준비하던 광주 미드필더 박태준(26)과 공격수 아사니(29·알바니아)를 지난 20일 인천에서 만났다.

알힐랄에는 주앙 칸셀루(전 맨체스터시티), 칼리두 쿨리발리(전 첼시) 등 유럽 빅클럽 출신들이 즐비하다. 팀의 시장가치가 1억8000만 유로(2947억원)로 평가된다. 그 얘기부터 꺼내자 박태준은 “(알힐랄의 시장가치가) 우리(광주FC 시장가치 141억원)의 20배가 넘는다. 그래선지 설렁설렁 걸어 다니다가도 한 방이 있더라”라면서도 "우리가 개인으로는 부족해도 팀으로 강하게 달라붙으면 못 막을 건 없다”고 했다. 박태준이 맞설 후벵 네베스(포르투갈)의 이적료(평가액)는 459억원에 달한다.

시민구단인 광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정호연·허율·이희균 등을 부자팀에 팔았다. 그 결과 “강등만 안 당해도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광주가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ACLE 8강에 진출했다. 현재 K리그1에서 2위를 달린다. 박태준은 지난 19일 FC서울전에서 결승골(광주 2-1 승)까지 터트렸다. 앞서 비셀 고베(일본)와의 ACLE 16강 2차전에서는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자신의 롤모델인 박지성처럼 120분간 15.8㎞를 뛰었다. 박태준의 활약에 힘입어 0-2로 끌려갔던 광주는 3-2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박태준은 당초 지난 7일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할 예정이었다. 알힐랄전 출전을 위해 두 달 뒤인 6월로 입대를 연기했다. 프로팀 경기지만 광주가 K리그의 유일한 출전팀인 만큼 국위선양 기회로 판단한 병무청이 연기 신청을 수용했다. 박태준은 “목숨 하나 더 생긴 셈 치고, 입대 전까지 죽어라 뛰겠다”고 다짐했다.

승리를 확신하는 박태준이 믿는 구석은 두 가지. 우선 이정효 광주 감독을 믿는다. 이 감독과는 2018년 성남FC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 감독은 당시 코치였다. 박태준은 “한번은 감독님과 체지방 줄이기 내기를 했는데, 감독님은 (이기기 위해) 안주 없이 소주만 드실 만큼 독한 분”이라며 “뭘 해도 해낼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 팀 동료인 공격수 아사니의 발끝을 믿는다. 박태준은 “아사니가 훈련 때 슈팅 10개를 때리면 6~7개가 골문에 꽂힌다”고 자랑했다. 아사니는 ACLE에서 총 9골을 터뜨려 알나스르(사우디)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7골) 등을 제치고 득점 1위다. 박태준의 칭찬을 들은 아사니는 “박태준은 엔진처럼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맞받았다. 이어 “알바니아 국가대표로서 유럽의 강팀을 많이 상대해봤다”며 “축구는 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순간을 즐기다 보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다양한 패턴으로 상대 골문까지 전진하는 광주의 다이내믹한 축구에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기 바란다”며 “우리는 내려서는 팀이 아니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고 강조했다. 또 “광주는 불가능의 반대말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결승전에서 알나스르를 만나 호날두와 유니폼을 교환하고 싶다”고 바랐다. 결승전은 다음 달 4일이며, 우승 상금이 무려 1000만 달러(약 142억원)다.

박린([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