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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리스크 앞에서 '불확실성 잠재울 유연성' 절실" [월간중앙]

[입체분석] ‘공정에서 성장’으로 무게추 옮기는 ‘JM노믹스’

대세론 점화한 明, 성장을 통한 양극화·불평등 해소에 방점 찍는 정책 추구
기본사회 재원 마련 방안이 관건, 증세와 확장 재정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도

2025년 4월 16일 이재명(왼쪽부터) 전 민주당 대표가 당내 대선 경선에 출마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와 대면했다. 임현동 기자
선거는 구도와 바람이다. 특히 열세인 쪽일수록 바람을 타야 대세론을 뒤엎을 수 있다. 2025년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언더독’은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이다. 하지만 아직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를 두고 진흙탕을 헤매는 상황에서 바람을 탈 수 있는 동력이 안 보인다. 파면당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윤 전 대통령과 이에 편승하려는 일부 친윤 의원들을 보며 2024년 총선 때 작동했던 ‘윤석열 심판 프레임’이 유지되는 모양새다.

이 사이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일극 체제를 완성한 이재명 전 대표는 유리한 구도를 선점한 상태다. 3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 선고,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전원일치 인용 후 운명의 여신은 이 전 대표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흔히 선거 구도를 이루는 3요소로 지역, 세대, 이념을 꼽는다. 먼저 지역에서 이 전 대표는 TK(대구·경북)를 제외한 전역에서 판세를 장악했다. 텃밭인 호남·제주는 물론 수도권도 우세 흐름이 견고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을 계승·완성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충청권 표심을 공략할 것이다.

4월 2일 보궐선거에서 경남 거제시장과 부산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승리하며 윤 전 대통령에게 실망한 PK(부산·경남) 민심도 흡수하고 있다. 4월 1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의하면, 특히 서울에서 민주당(40%) 지지율이 국민의힘(25%)을 압도한 것은 상징적이다.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선언한 조국혁신당 지지율(5%)까지 합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세대 대결에서도 탄핵을 계기로 2030 여성층의 민주당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말기 ‘민주당 적극 지지층인 40대만 남기고 전부 돌아섰다’는 보수 정당의 세대포위론에 시달렸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이제는 반대로 70대 이상 노년층을 제외하면 모든 세대에서 민주당이 앞선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과오를 제대로 심판할 인물로 이재명을 낙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전 대표에게는 이념(계층)적 확장만 남는다. 구체적으로 중도층을 어떻게 포섭하느냐가 대권으로 가는 마지막 퍼즐이다. ‘이재명 포비아’를 걱정하는 중산층, 중도층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다.



이재명의 대선 공약 키워드는 ‘회복과 성장’


대선까지 시간이 많지 않지만, 보수 잠룡들에 비해 이 전 대표는 출발선부터 유리하다. 경선 통과를 위해 공력을 쏟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범계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가 매우 유용한 선출 방법이라는 점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민주당의 당원 주권주의와 다소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일반 국민 100% 참여 방식이 아닌 당원 50%+일반 국민 50% 형태가 되면서 이재명 비토 정서가 들어설 역선택의 미세한 틈조차 막히게 됐다. 조국혁신당의 조국 전 대표가 구속 상태인지라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를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김문수, 홍준표, 한동훈, 안철수 등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동안 이 전 대표는 정책에 집중할 수 있다. 4월 11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된 ‘이재명 캠프’ 조직도에 따르면, 친이해찬계 윤호중 의원(5선)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밖에 총괄본부장에 강훈식 의원(3선), 정책본부장에 윤후덕 의원(4선), 조직본부장에 김병기 의원(3선), 정무총괄에 김영진 의원(3선) 등이 포진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박수현 공보단장·한병도 종합상황실장)과 계파색이 옅은(강훈식·이소영 토론본부장) 이들도 다수 참여했다. 이 밖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박태웅 모두의질문Q 의장 등이 대선 공약에 참여한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과 주형철 K먹사니즘 본부장은 집권플랜본부를 구성해 성장 전략을 마련한다.

여기에 이 전 대표의 정책에 관여하는 싱크탱크 그룹인 ‘성장과 통합’도 4월 16일 출범했다. 유종일 전 한국개발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명예교수와 허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상임 공동대표,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과 김진아 한국외대 LD학부 교수가 비상임 공동대표를 맡았다.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이 전 대표의 공약을 개발하는 경제분과위원장에는 ‘이재명의 경제 책사’인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출신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핵심으로 꼽힌다.

음미할 대목은 기본소득 등 분배 중심 경제 정책을 주장했던 학자들이 배제됐다는 지점이다. 4월 10일 유튜브로 공개된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 공식 선언문은 불과 0.74%p 차이로 패배한 2022년 선거의 반성에 발을 디디고 있다.

“아주 근본적인 것은 경제적인 겁니다. 먹고살기가 어려워져서 그래요. 세상 사는 게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더 잘살게 됐는데 왜 부족하게 됐냐? 편중됐기 때문이죠. 소위 양극화, 불평등, 격차, 이게 너무 커졌어요. 우리 사회가 총량으로는 과거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게 됐는데, 개별적으로 보면 그게 너무 많이 한 군데에 몰려 있습니다. 이것이 이제 사실은 갈등의 원인이죠”라는 진단은 대통령이 되면 어디에 역량을 쏟을지를 시사한다.



‘정부 주도 성장’은 가능한가?


11분 36초의 영상에서 이 전 대표는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이재명은 합니다’, 윤석열 등을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그 공백을 차지한 것은 기본사회, 잘사니즘, 회복과 성장, ‘진짜 대한민국’, ‘지금은 이재명’ 등의 미래지향적 키워드였다.

4월 15일 출간한 이 전 대표의 에세이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도 “성장해야 나눌 수 있습니다. 더 성장해야 격차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당력을 총동원해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2017년 대선 정국에서 ‘재벌 해체’를 언급했던 이 전 대표였기에 ‘공정에서 성장으로’로 방향타를 튼 변화는 극적이다.

이미 이 전 대표는 지난 2월 18일 유튜브 ‘새날’에 출연해 “우리는 진보가 아니다.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우클릭에 대해 논란이 커지자 23일 페이스북에 “진보와 보수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라며 서구 선진국 기준에 의하면 김대중, 문재인, 이해찬 등의 지적처럼 민주당은 보수정당이거나 그에 가깝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갈지자 행보 끝에 겨우 된 금투세 폐지를 제외하면 실현되지 않고 있지만, 종부세 폐지, 상속·증여세 완화,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등 보수적 담론을 민주당이 끌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재명 체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와 상법 개정을 패키지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개미투자자 출신인 이 전 대표가 주식 시장의 맥을 짚고 있기에 가능한 프레임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대선 출마 선언에 맞춰 자전적 에세이를 발간했다. ‘결국 국민이 합니다’란 책 제목에는 정치인 이재명의 강점과 약점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그는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 “우리 주식시장이 장기간 침체를 겪는 핵심 이유는 경제정책 부재, 불공정한 시장, 지배경영권 남용, 안보위기”라고 짚으며 코스피 4000 시대를 약속했다. 실제 주가가 고점을 찍을 때 3조6000억원의 사상 최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전 대표가 한화의 경영권 승계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일반 주주의 피해를 지적하자 바로 유상증자액을 2조3000억원으로 줄였다.

이 전 대표의 성장은 보다 정확히 말하면 ‘공정 성장’을 일컫는다. 그리고 그 성장의 방식은 ‘정부 주도 성장’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재명의 경제 공약은 격렬한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정책 자체가 사회를 분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4월 10일 출마 영상에서 “민간 영역만으로 제대로 유지·발전되기 어려워 정부 영역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시기인데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 정부 단위의 인력 양성, 대대적 기술연구 개발투자를 통해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50조원 규모의 국민펀드, 국부펀드를 조성해 K-엔비디아 등 첨단산업을 키우겠다는 발상도 여기서 비롯됐다. 대선 출마 후 첫 공식 일정도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를 찾아 “AI에 100조원(민간+정부)을 투자해 한국형 챗 GPT를 무료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중시하는 포용적 혁신 성장의 과실이 기본사회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라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는 의구심을 표시한다. 민주당의 기본사회위원회 조직을 보면 기본사회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진심을 읽을 수 있다. 성장·소득·에너지·금융·주거·교통·교육·농업·디지털 AI·통신·돌봄·의료 등 사실상 사회 전 영역에 ‘기본’이라는 테마를 깔고 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강남훈 한신대 명예교수가 정책단장을 맡고 있고, 박주민 의원이 수석부위원장으로 총괄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기본사회를 “두툼한 매트리스”에 비유했지만, 정작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는 “K-엔비디아를 육성해 창출되는 부가 전 국민에게 돌아갈 것”, “돈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정부에서 해 내수를 살리는 것” 등을 말하지만 ‘기적의 논리’라며 현실 가능성을 일축하는 시선도 짙다. ‘결국 재정 확장과 증세로 갈 것’이라는 시선이 이재명 비토층의 근원적 공포심이다. 2024년 국가 채무가 1175조원으로 사상 최대였고, 국민 1인당 국가 채무는 2270만9000원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경 제안”이나 “전 국민 25만원 지급”을 주장하는 이 전 대표가 집권한다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필연이라고 우려하는 것이다.



희망과 우려 교차하는 이재명의 불확실성


4월 11일 이 전 대표는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여기서 나온 첫 번째 질문은 ‘집권하면 증세할 것인가? 증세한다면 누구한테 어떤 세금을 더 거두나’였다. 여기서 이 전 대표의 답변은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증세할 것인지, 감세할 것인지 지금 이야기하긴 부적절하다.” 가장 기본적인 경제 정책의 틀조차 결정하지 못했거나 감추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해석도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트럼프의 관세정책 앞에서 이재명의 일관성 없음은 오히려 유연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재명이니까 소위 ‘민주당 정신’을 유보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보수 지지층 일각에서 “이념에 찌든 586 정치인보다 차라리 이재명이 낫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 대세론이 확산할수록 이 전 대표의 정책이 더 온건해질 수 있는 조건이다. 왜냐하면 이 상태로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입법부와 행정부 장악은 물론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권까지 지닌 총통급 권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견제 심리가 강하게 발화할 수밖에 없는 토양으로 작용한다. 이를 중화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 대표에게 실용주의 이미지는 필요하다.


김영준 월간중앙 취재팀장 kim.youngj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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