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마지막 직감한 듯"…의사 경고에도 끝까지 대중 곁에 섰다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을 위해 요양하라는 의사의 경고에도 숨을 거두기 전날까지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하며 대중을 만났다. 교황은 특히 지난 20일 부활절에 유독 군중 앞에 설 것을 고집했는데, 지켜본 이들은 그가 마치 이번이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을 직감한 듯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올해 초 심각한 폐렴으로 치료를 받고 지난달 23일 퇴원한 교황은 최소 2개월은 휴식하라는 의료진의 경고에도 외부 활동을 빠르게 재개했다.

교황은 퇴원한 지 2주 만인 지난 6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 예고 없이 등장해 첫 공식 석상에 섰으며, 이후 로마를 찾은 영국 찰스3세 국왕 부부를 비공개로 만나고 성 베드로 대성전을 깜짝 방문하는 등 외부 일정들을 이어갔다.
부활절 연휴가 다가올수록 교황의 행보는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 13일 종려 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을 맞아 교황은 다시 의사의 조언을 무시한 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2만여명의 군중 앞에 등장했다.

지난 17일에는 매년 해왔던 것처럼 로마의 레비나 코엘리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와 직원들을 만났다. 평소 교황은 예수가 죽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어줬던 것처럼 직접 재소자들의 발을 씻어줬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한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곁에 여전히 있는 것은 할 수 있고,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부활절 당일 오전 교황은 바티칸 거처인 산타 마르타 처소에서 JD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는 교황의 생전 마지막 외교적 만남이 됐다. 뒤이어 교황은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참석했다.
미사 후반 신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교황은 마지막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를 전했다. 아울러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한 전체 연설문을 통해 가자지구 전쟁 등 전 세계의 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은 의전차량(포프모빌)을 타고 광장을 돌며 군중들에게 인사했는데, 그를 가까이서 본 신도 등은 교황이 이번이 그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알았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종종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다.
교황이 의전차량에 타기 직전 보좌관이 그의 목뒤를 마사지해주는 모습도 잡혔는데, 이는 그가 호흡 곤란을 겪고 있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바티칸 광장에 있었다는 로마 시민 마우로는 BBC에 "보통 모두가 '교황 만세'를 외치는데 이번에는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다"면서 "그가 겪는 고통에 대한 존경심이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로마 시민 알베르토는 "그는 우리를 축복해줬지만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면서 그가 "마지막 작별 인사를 우리에게 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혜.김지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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