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합니다" 한덕수도 찾았다…15년째 아이들 배불린 '뚠뚠이 삼촌'

21일 오전 울산 중구 성남동의 한 식당 앞. 이런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시선을 끌었다. 이 식당의 주인은 '뚠뚠이 돈가스'를 운영하는 박종원(53)씨. 그는 15년째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돈가스 등 음식을 대접해오고 있다.
'꿈나무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 소년소녀가장, 한부모·조부모 가정 등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을 위한 급식 지원 카드다. 박씨는 급식 지원 카드에 들어있는 '급식 포인트'를 차감하지 않고, 이 카드를 가진 아이들에게 무료로 돈가스를 제공한다. 카드가 없더라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보이는 아이들이 식당에 오면 환하게 웃으며 돈가스를 내어준다.

그가 처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챙기기 시작한 건 2011년, 서울 강북에서 오징어 요리 식당을 운영하던 시절이었다. 어느 날 식당 근처 공터에서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도 흙장난하는 초등학생 남매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던 장소였고, 그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다고 한다. "너희 밥은 먹고 노는 거니?"라고 묻자, 남매는 "아니요. 할머니가 와야 돼요. 박스를 주우러 가셨어요"라고 대답했다. 박씨는 남매에게 식당으로 들어와 밥을 먹자고 권했고, 쭈뼛거리며 들어선 남매는 그가 내놓은 오징어 튀김과 음식을 맛있게 먹고 돌아갔다.
그날 이후 박씨의 식당에는 하나둘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돈가스가 먹고 싶어요"라는 아이들의 말에 그는 직접 돈가스를 만들어주기 시작했고, 결국 오징어 식당 2층에 돈가스 가게까지 차리게 됐다. "서울 연희동의 유명 중화요릿집에서 요리를 배울 때 익힌 튀김 실력 덕분에 돈가스를 꽤 잘 만들 수 있었고, 아이들도 좋아했어요. 장사도 잘됐어요."

그의 진심은 금세 퍼져나갔다. 플래카드를 보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늘었고, 멀리 떨어진 어촌 마을에서 오는 아이들에게는 포장까지 해주었다. "1년 내내 같은 옷을 입은 아주머니가 아이가 돈가스를 먹고 싶어한다고 해서 포장해 드린 적도 있었고, 할머니 손을 잡고 온 조손가정 아이도 있었어요. 아이들은 치즈 돈가스를 유독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가 아이들을 스스로 챙기게 된 데에는 어린 시절 기억이 영향을 미쳤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 핫도그 먹을 때 저는 김치에 밥을 먹었어요. 그때 느꼈던 서러움이 지금의 '밥 한 끼' 봉사로 이어진 것 같아요." 박씨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과일 노점 등을 했다. 아버지는 공장에서 3교대 근무를 했다.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이 무엇인지 느꼈다고 한다.


김윤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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