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날 세우고도 장례식 간다…트럼프 결심 뒤에는 멜라니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 참석 계획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를 문장 맨 앞에 내세운 점이 눈길을 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민 추방 정책 등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에서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중재자 역할을 하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재집권 후 첫 외국 방문지가 그간 여러 현안에서 첨예한 반목을 드러냈던 교황의 장례식장이 된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과 교황은 공통점이 거의 없는 극과 극의 캐릭터다. 뉴욕타임스(NYT)는 “두 사람은 단순히 스타일 이상의 면에서 의견을 달리했다”며 “한 사람은 교황의 상징인 빨간 구두와 화려한 관저를 거부하고 바티칸 시국의 공동숙소에서 검소하게 살면서 종교적 청빈함을 추구한 반면 다른 한 사람은 뉴욕의 고층 빌딩부터 백악관 집무실까지 손대는 거의 모든 것을 금빛 광채로 감쌌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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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장벽 놓고 트럼프-교황 ‘충돌’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집권 1기 출범 직전 텔아비브에 있던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계획을 밝힌 데 대해서도 교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 원칙을 깨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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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면…당시 언론 “불편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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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멜라니아 만남선 훈훈한 모습
그러나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립각을 세웠다. 교황은 지난해 9월 미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당시 공화당 후보)의 반이민 정책이나 카멀라 해리스(당시 민주당 후보)의 낙태권 수호 모두 생명에 반하는 것”이라며 미 유권자들에게 ‘차악’을 선택할 것을 조언했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1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며 “가난하고 가련한 사람들이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달걀 굴리기(Easter Egg Roll) 행사에서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 모른다”고 했고, “장례식에 참석하고 싶은가”라는 후속 질문에도 “타이밍을 봐야 한다”고 했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두어 시간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을 결정한 데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멜라니아와 여사와 교황 간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로교 신자로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았는데 2020년 더는 장로교인이 아니며 특정 교파에 속하지 않는 비교파 기독교인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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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율 42%…재집권 후 최저치
이는 대통령 취임 후 여러 행정명령을 통해 일방적 국정 운영을 편 데 대한 대중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5%는 ‘트럼프 대통령이 3선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46%)가 찬성(45%)을 앞질렀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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