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우리 편"…'반명 빅텐트' 띄운 국힘, 뒤에서 웃는 이유
“빅텐트는 공짜로 치나. 대의명분도 중요하지만, 막판에 가면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돈이다.”2017년과 2022년 대선 모두 보수 진영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한 말이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와 외곽 잠룡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한 ‘반(反)이재명 빅텐트’ 추진설이 끊이질 않고 있지만, 결국 선거 비용이 최대 변수란 얘기다.

하지만 외곽 주자에게 선거 비용은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을 돕는 한 정치권 인사는 “후보 개인의 재산을 다 내놓고 선거를 치를 순 없지 않나. 선거 비용은 확실히 골치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을 치르려면 캠프 사무실과 지역 선거 사무소의 임대·운영부터, 각종 홍보 문자나 현수막 비용, 선거 유세 차량, 교통비 등이 필요하다. 돈이 쉴 틈 없이 빠져나가는 ‘돈 먹는 하마’와 같은 구조다. 군소 후보 캠프에서 대선을 치러본 전직 의원은 “차량 개조 비용부터, 대형 LED 스크린, 고출력 스피커 등 장비 사용만 해도 상당한 돈이 들고, 지역 유세라도 가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며 “군소 후보에겐 매우 빠듯하다”고 했다.
이번 대선의 1인당 선거비용 한도는 588억원이다. 한도가 513억원이었던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후보(국민의힘)가 425억원,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가 487억원을 썼다. 대선 막판 윤 후보와 단일화로 중도 하차한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는 71억원, 완주한 심상정(정의당) 후보는 32억원을 썼다.
비용만 보면 군소 후보가 양당 후보보다 적게 쓰지만, 부담은 더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선거 보조금 520억원을 후보를 낸 정당에 나눠 지급하는데, 지급 기준은 국회 의석수와 지난해 총선 정당 득표율 등이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이 사실상 독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대선 때도 보조금 465억원 중 224억원을 민주당이, 194억원을 국민의힘이 각각 가져갔다. 여기에 당원이 많은 양당은 국민펀드 형식으로만 200억원 이상을 모금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대선에서 윤 후보는 270억원, 이 후보는 350억원을 연 이자 2.8%로 모금했다. 29억4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는 후원금도 양당 후보에겐 그리 높은 문턱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5일 모금 개시 하루 만에 후원금 한도를 채웠고,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도 21일 11시간 만에 한도를 채웠다. 다른 국민의힘 후보들도 향후 한도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외곽 주자의 발목을 잡는 건 선거비용 보전 기준이다. 대선 득표율 15% 이상은 전액, 10% 이상 15% 미만은 절반을 국가에서 보전해준다. 하지만 득표율이 10%에 못 미치면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는 양당 후보는 15%를 가뿐하게 넘길 가능성이 크지만, 외곽 주자는 웬만한 돌풍을 일으키지 않고는 10% 벽을 뚫기 어렵다.
한 전직 의원은 “막판 단일화 전 공보물 인쇄에 들어가고, 선거 유세를 시작하면 매일 억 단위 선거 비용이 나갈 것”이라며 “후원금 한도를 고려해 아껴서 쓸 수는 있지만, 홍보비를 아낄수록 존재감 부각은 쉽지 않은 게 딜레마”라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당시 유력 주자로 떠올랐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본격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무실 두 곳 모두 사비로 얻고, 차량·운전기사·비서·교통비까지 내 돈으로 한다”고 돈 문제를 호소했다가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결국 3주 만에 자진 사퇴했고, 정치권에선 “비용 문제도 컸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었다.
과거 여러 차례 이런 경험을 해본 국민의힘으로선 ‘시간은 국민의힘 편’이란 입장이다. 한 중진 의원은 “우리 당 후보는 버틸수록 유리하지만, 외곽 후보는 매일 직진할지, 중도 하차할지 압박받는 구조”라고 했다.
손국희.김기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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