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옆에 민가·공장 따닥따닥…수도권도 산불 남일 아니다 [산불 한 달]

" "아이쿠, 바람 조금 불자마자 또…" "
지난 1일 오후 4시, 경기도 화성시 마도면의 한 야산. 산등성이에 오르자 산불감시요원 두 명이 갈퀴로 연기 나는 땅을 고르고 있었다. 바람이 불자 피어오르는 연기를 발견한 산불감시요원 이성도(66)씨가 ‘뒷불’을 잡기 위해 연기를 향해 뛰어갔다.
이날 낮 화마가 휩쓸고 간 야산 곳곳에서 수시로 연기가 피어올랐다. 산에서 약 100m 근방에는 대형 유류 저장 탱크 4기가 있었다. 폐윤활유 정제 공장의 탱크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 반경 200m 내에 고무·우레탄 등 불에 잘 타는 물질을 다루는 공장들도 있었다. 이지수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바람이 공단 방향으로 부는 등 악조건이 겹쳤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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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3월 산불, 30년 새 두배 증가
특히 경기도는 산지에 인접한 건물, 인구가 많아 산불로 인한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높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기도에서 발생한 1~3월 산불이 지난 30년간 최대 두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경기도에선 올 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불(전국 320건 가운데 78건)이 발생했다.
서울도 2년 전 산불로 민가가 위험한 상황에 놓인 적 있다. 2023년 4월 2일 전국 50여곳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인왕산과 북한산에서 산불이 났을 때다. 당시 헬기 기장으로 인왕산 주불 진화 작업에 나섰던 안성철 산림항공본부 진천산림항공관리소장은 “그때 많은 헬기가 충남 홍성에 집중돼 있었는데, (나는) 여주와 이천으로 출동하던 중 서울로 급히 투입됐다. 진화 자원이 분산되며 서울에는 산림청 헬기가 한 대밖에 들어가지 못해 위험할 뻔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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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산불 복합 화재, 진화 난도 높아"
미국에서는 이런 화재를 '산림·도시 복합 화재'(WUI fire·Wildland and urban interface fire)라고 명명하고,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등이 관련 연구와 관리를 하고 있다. 이지수 교수는 “일반 산불과 건물·공장 화재는 진화법이 달라, 복합 산불이 날 경우 난도가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복합 화재를 염두에 둔 대비책도 필요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과 건물이 인접할 경우 습기가 많은 굴참나무 등 방화수림대를 조성하고, 일본 사찰처럼 건물 지붕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산불이 건물로 번지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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