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시론] 한·미 관세협상 서두를 필요 없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트럼프 2기 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국내외 주식시장에 연일 엄청난 변동성을 일으키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 9일 미국은 대미 협상 의사를 밝힌 75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가 신념을 갖고 관세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주식·외환·채권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가 장기금리 하락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는데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5%를 상향 돌파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제도 우려되기는 마찬가지다. 월가는 관세전쟁이 이어지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경고한다.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항의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물가 상승 때문에 트럼프를 찍었던 지지자들마저 거리로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상호관세 90일 유예 조치
시간을 충분히 끌면서 협상하고
중요 내용은 미루는 신중 전략을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 이후 한국은 일본·영국·인도·호주 등과 함께 우선 관세협상국으로 선정됐다. 미국이 이들 국가가 친밀한 우방국이라 손쉬운 상대로 여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들과 먼저 유리한 협상을 맺고 이를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춘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미국을 방문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4일 한·미 재무·통상 장관이 참여하는 ‘2+2’ 통상 협의를 할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안보전략 TF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 측 사정과 한국의 국내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대미 관세 협상에서 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한국이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나라와의 협의 결과를 본 뒤에 협상을 진행할 때 좋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협상을 위한 한국 측 준비 기간이 워낙 짧았던 만큼 협상 결과를 조속히 내기보다는 90일이라는 협상 기간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각료 회담을 진행한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관세 협상이 쉽지 않을 거라고 토로했다. 잘 알려진 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워낙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해 합의 이후에도 몇 번이든 태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트럼프 정부가 여론 악화 등 대내외 압력에 관세 고삐를 풀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이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기보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버는 것도 방법이다.

협상에 임해서는 지금의 한국 정부가 대통령 권한대행체제라는 사실을 충분히 설득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권한대행체제가 협상의 무게를 감당하려 애쓰기보다는 어차피 6주 이후면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협상의 결론을 미루는 것이 순리로 보인다. 방위비 분담금, 미국산 LNG 구매, 무역 불균형, 조선업 협력 등 관세 협상과 관련된 여러 의제에 대해서도 먼저 내줄 필요가 없다. 서둘러 맺은 협상 결과가 자칫 다음 정부의 발목을 잡고 향후 10~20년 한국의 국익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아울러 혹여라도 협상 과정에서 ‘주인-대리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이익을 대리해야 할 정부가 국익에 반하는 협상을 하고 오히려 협상 타결이라는 사적 성과로 오판할 수 있다는 노파심에서 강조한다. 지난 12월 발생한 계엄사태와 이후의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국민 의식과 민주주의 성숙도는 놀라울 정도였다. 어렵사리 계엄의 고개를 넘은 이 시점에 국민은 관세 협상이라는 또 다른 고개를 앞에 두고 대리인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할 것이다.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의 대미 관세 협상은 오는 6월 4일 출범하는 새 정부가 최선의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예비협상 또는 사전 정지작업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최종 결론을 내지 말고, 중요한 내용일수록 뒤로 미루는 신중한 전략이 요구된다. 동시에 한국의 이익만 무리하게 좇을 것도 아니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한·미 양국의 국익 균형점을 찾는 노력을 기대해본다. 한국의 이런 노력은 한국의 협상 결과를 주시하는 다른 나라들에도 좋은 선례로 작용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리더십과 위상을 높일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민영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