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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마켓 나우] 상법 개정안과 배임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 요구로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표결이 지난 17일 진행됐지만, 결과는 부결이었다. 그런데도 ‘이사가 회사의 이익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과 소송 남발에 따른 경영 부담 증가 우려가 현실 속에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은 대체로 이번 상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 주식회사의 경우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이 회사의 실질적 소유자이며 이사와 경영진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원칙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다만 이사의 행위가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아 ‘배임(背任)’으로 판단될 경우 이를 처리하는 방식에 대한 현실적 우려는 매우 크다.

영미권 법체계에서는 이사가 전체 주주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안을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처리한다. 소송 결과에 따라 주주들에 대한 금전적 배상으로 종결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물론 사기·공갈·횡령 등 명백한 범죄 행위가 수반된 경우에는 형사사건으로 전환되기도 하지만, 그 비율은 극히 낮다.

반면 한국 법체계에서는 배임의 적용 범위가 훨씬 넓고, 사건이 발생하면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일본을 통해 독일법의 영향을 받은 우리 법체계의 역사에 기인한다.

이러한 양대 법체계의 차이를 옳고 그름의 문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은 분명히 다르다. 영미권에서는 기업들이 잠재적 소송 리스크에 대비해 임원책임배상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소송 결과에 따라 이사나 경영진이 부담해야 할 금전적 배상을 보험으로 상당 부분 보전받는다. 이런 체계는 외부 전문가들을 이사나 경영진으로 영입하는 데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형사소송 결과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 임원책임배상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경우 유죄의 결과를 온전히 개인이 부담해야 하며, 이는 역량 있는 이사와 경영진의 영입에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일부 대기업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 등재를 피하고 비공식적으로 경영을 주도하는 관행 역시 이런 맥락에서 생겨난 것이다.

결국 상법 개정안의 취지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배임의 범위와 그 법적 처리 방식에 대한 구조적 검토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인재들이 형사적 리스크를 우려해 이사나 경영진 참여를 기피하는 상황은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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