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에 목욕·이발비 지원…‘품위유지비’ 도입 확산
“어르신들의 품위를 지켜드립니다.”울산과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노인들의 품위 있는 노후를 지원하는 복지 정책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위생과 삶의 만족도를 세심하게 고려한 ‘품위유지비 지원’ 조례가 속속 제정되며 보다 실질적인 노인 복지로 주목받고 있다.
울산 중구의회는 홍영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울산시 중구 어르신 품위유지비 지원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조례안에는 중구에 거주하는 만 75세 이상 취약계층 어르신을 대상으로, 선불 충전식 바우처를 분기마다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바우처는 중구에 등록된 목욕탕, 이발소, 미용실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시설에 입원 중이거나 유사한 다른 복지 혜택을 받는 경우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리 신청도 가능해 위임장을 통해 자녀나 가족이 대신 신청할 수 있다.
홍 의원은 “고령 세대의 품위유지는 존엄성 회복과 건강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정책적인 접근과 고민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며 “이번 조례를 계기로 어르신들에게는 품위 유지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지역 소상공인들에게는 작게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기준 울산 중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7%로, 울산지역 5개 구·군 가운데 가장 높다.
중구에 거주하는 주민 이모(40)씨는 “목욕비나 미용비는 가족에게 말하기 민망한 부분인데, 이렇게 세심하게 챙겨줘서 고맙다”며 “많은 어르신이 복지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미용실 같은 동네 작은 상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구는 바우처 금액과 지급 시기 등을 검토해 이르면 내년부터 지원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노인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복지 정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 중구는 지난 1월부터 연간 24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통해 75세 이상 어르신의 목욕·이발·미용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인천 동구는 2020년부터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연 12만원 상당의 ‘동구사랑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편인 부산 동구 역시 2022년 월 1만원에서 2만원으로 품위 유지비를 인상해 지원 중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노인 품위 유지 조례’를 속속 제정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초고령화 현상이 있다. 지하철·버스 탑승 무료, 문화센터 교육프로그램 무료 참여,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 같은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실제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전남도의회는 최근 ‘노인’을 ‘선배시민’으로 명명하고, 이들이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례를 제정해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주민등록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1024만 4550명으로, 전체 인구(5122만 1286명)의 20%를 차지한다.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김윤호([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