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선 60대가, 하늘에선 70대가 불 끈다…인력·장비 노후화 심각[산불 한 달]

고압 분사 장비를 통해 고층 건물이나 바위가 많은 산불 현장에 직분사가 가능하다. 조종석에서 직접 물의 분사량·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전용 취수관(스노클·Snorkel)으로 40초 만에 물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다.
김정길 산림청 항공안전과장은 “S-64는 다른 헬기보다 담수량이 최대 12배 이상 많아 큰불이 나면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헬기는 지난달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지리산국립공원을 오가며 산불을 진화했다.
![경남 산청 대형 산불 닷새째인 지난달 25일 오후 지리산과 인접한 산청군 시천면 구곡산 일대에 산불이 번져 산불진화 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2/8d1a5627-70f9-4ded-8e4b-ec2895d5e565.jpg)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헬기 제조사(쿠메프)를 제재 대상 기업으로 등재하면서다. 쿠메프가 제조한 부품을 우리나라가 수입하려면 미국 특별 허가가 필요하지만, 미국 정부는 한국의 허가 요청을 2023년 거부했다.
김원진 산림청 항공정비과 검사관은 “KA-32는 각각 25시간·50시간·100시간 운행하면 안전 예방 점검을 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로터 블레이드 등 부품 수급이 어려워 정비 작업이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차 헬기는 대부분 70대 안팎의 고령자가 조종한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간 임차 헬기는 젊은 조종사를 구하기 어려워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산불진화대원의 평균 연령(60대)보다 더 고령자가 산불 헬기를 조종하는 셈이다. 실제로 의성서 추락한 헬기 조종사는 73세, 대구서 추락한 헬기 조종사는 74세였다.
김만주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장은 “통상 산림청·경찰·해양경찰·소방·군대에서 헬기를 몰던 사람들이 퇴직한 이후 ‘인생 2막’ 차원에서 경험을 살려 임차 헬기를 모는 경우가 많다”며 “산불 진화용 민간 임차 헬기를 모는 대부분의 파일럿이 70대 안팎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림청 소속이 아닌 헬기 위치는 파악이 불가능했다.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지난달 산불의 경우 지자체가 임차 헬기를 투입한 것은 물론, 경찰·해양경찰·소방에 주한미군까지 산불 진화 수단을 투입했지만, 현재 시스템으론 파악이 불가능했다.
김인석 산림청 서울산림항공관리소 기장은 “안 그래도 연기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운 산불 발생 지역에 소속이 다른 헬기를 투입하면 위치 파악이 어렵다”며 “각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해 공중 공간에서 안전이 보장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수진화차조차 가격(7억5000만원)이 비싸고 덩치가 커서 좁은 산길에선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산림청은 기아에 의뢰해 군용 소형전술차량(K-351)을 개조한 다목적산불진화차량을 제작했다.
이 차량을 타고 화재 작업에 투입됐던 유현종 산림청 공중진화대원은 “특수진화차보다 물대포의 압력이 세고, 서스펜션이 안정적이면서도 차체가 특수진화차보다 작아 경사가 심한 산길에서도 종횡무진 진화가 가능했다”며 “산불 진화용 헬기가 못 뜨는 심야 시간에 물차 공급을 받으면서 5시간 연속해서 물대포를 쏘았더니 거센 불길도 못 버티고 진화되더라”고 말했다.
![기아 군용차를 개조한 다목적산불진화차. 공중진화대원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지만, 현재 투입 중인 차량은 단 한 대 뿐이다. [사진 산림청]](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2/e4886e23-9894-41d0-bd73-0c19de8f62f4.jpg)
산불 진화 현장에서는 산불 진화대원들에게 지급하는 마스크 장비도 열악하다고 지적한다. 한 공중진화대원은 “소방공무원에겐 화재 진압 전용 마스크를 지급하는 데 비해, 산림공무원은 산불 진화 전용 마스크가 없어 보건용 마스크를 지급한다”며 “보건용 마스크를 쓰고 산불 현장에 나가면 고글에 습기가 차고 휴대성도 불편해 마스크를 벗고 오염물질을 마시면서 진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선진국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산불화재정보기술프로그램(WFIT)은 연방정부·주정부 등 산불 진화 기관 간 통신이 가능한 단일 시스템이다. 화재 규모, 화재 확산 속도, 화재 진행 상황, 수목 폐사율 등 화재 관련 데이터를 유관 기관이 공유한다.
전문가들은 진화 인력 강화와 함께 산불 대응의 기동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담수량 1만L급 헬기를 도입하는 등 헬기 기종을 다양화하고, 산불진화차도 100대 정도는 있어야 갈수록 대형화하는 산불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희철.박진호.황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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