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종] 모국 아르헨티나서 빈곤 문제 비판…대통령과 대립도
[교황 선종] 모국 아르헨티나서 빈곤 문제 비판…대통령과 대립도(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고국 아르헨티나에서 주교와 추기경으로 섬길 때는 약자 편에 선 채 때론 정치권에 쓴소리를 내며 정부와 대립각까지 세웠던 종교인이었다.
본명이 '호르세 마리오 베르골리오'인 교황은 1936년 12월 17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플로레스 지역에서 태어났다.
플로레스는 1960년대부터 아르헨티나에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한인들의 사업지가 몰려 있는 곳이다.
아르헨티나 베나도 투에르토교구의 문한림 주교가 2014년 첫 한국인 이민자 주교로 있었던 산마르틴 교구와도 가깝다. 문 주교는 교황과 1994년부터 연을 맺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 분야 기술자로 일하다 "종교에 대한 강한 소명"에 따라 신학교에 들어간 교황은 모국에서 주교와 추기경을 지내면서 빈곤과 불평등 문제 해결에 무력한 정부를 비판하거나 서민과 약자를 포용하자는 목소리를 수시로 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교황은 아르헨티나 좌파 페론주의 정치인이었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재임 시기(2003∼2007년)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라나시온과 클라린 등 현지 일간들에 따르면 교황은 2004년께 미사를 집전하며 "권력자들의 과시욕"을 다소 강도 높은 어조로 꾸짖었는데, 공교롭게도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이듬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성당에서 열리는 국가 기도에 불참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에서 "교회와 정부 사이엔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지만, 2007년 집권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시기 정부·여당의 동성결혼 허용 결정(2010년)을 계기로 '카사 로사다'(아르헨티나 대통령 집무실)와의 갈등은 표면화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부인이다.
당시 아르헨티나 가톨릭계에서는 동성결혼 허용 법령에 찬성한 의원을 상대로 한 낙선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즈음 아르헨티나 국민의 70%는 가톨릭 신자로 조사된 바 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1976∼1983년) 시기에 위정자들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논란으로 시민운동 희생자 단체 등에 의해 비판받기도 했다.
현지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선출 이후 한 번도 모국 방문을 하지 않은 것에도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포르투나토 마이마시는 2018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는 교황의 개인사, 우정, 모호함, 그리고 적대감과 유대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나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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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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