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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선종] 전세계에 평화·화합의 씨앗 뿌리고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

미국-쿠바 화해 주역…가톨릭 사상 처음으로 이라크 방문 "모두가 패배"…우크라·중동 전쟁 두고도 평화의 목소리

[교황 선종] 전세계에 평화·화합의 씨앗 뿌리고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
미국-쿠바 화해 주역…가톨릭 사상 처음으로 이라크 방문
"모두가 패배"…우크라·중동 전쟁 두고도 평화의 목소리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정치·종교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에 평화와 화합, 공존의 씨앗을 뿌렸던 종교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교황은 반세기 넘게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과 쿠바 간 국교 정상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두 국가는 2013년부터 비밀리에 국교 정상화 협상을 진행했지만, 불신의 골이 깊은 터라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교황은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자 2014년 초부터 막후에서 중재 외교를 가동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결단을 촉구하는가 하면 양국 대표단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접점을 찾도록 도왔다.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교황과 언어·문화·종교적 정서를 공유하는 쿠바는 물론 미국도 교황의 중재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존재가 교황의 중재 노력에 힘을 실어준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쿠바는 대사관 재개설 등을 위한 추가 협상을 거쳐 국교 정상화 선언 6개월 뒤인 2015년 6월 말 수교에 합의하며 외교관계의 새 지평을 열었다.
교황은 2017년에는 로힝야족 추방으로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를 찾았고, 2019년에는 무슬림 국가인 모로코도 방문했다.

2021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2천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이라크 땅을 밟아 전 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다.
교황은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폭력으로 심각한 피해를 본 이라크 북부 도시들을 찾아 전쟁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행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 2020년을 제외하고 쉼 없이 이어졌다.
80대 후반의 고령인 그에게 해외여행은 체력적으로 만만치 않은 부담이지만 그는 갈등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찾아갔다.
미얀마, 북마케도니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바레인, 남수단 6개국은 프란치스코 교황 이전에 역대 교황 그 누구도 방문한 적이 없는 국가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한 번 국제적 갈등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을 요구받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래 교황은 공식 석상에서 거의 빠짐없이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파했다.
단순히 메시지만 전한 것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로 끌려간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환을 주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2023년 5월에는 마테오 주피 추기경을 평화 특사로 임명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중재 노력을 이어갔다. 같은 해 6∼7월엔 이탈리아 볼로냐 대교구장이자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인 주피 추기경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러시아 모스크바, 미국 워싱턴을 차례로 방문했고, 9월에는 중국 베이징을 찾아 평화 임무를 수행했다.

교황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 노력은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평화를 향한 그의 호소는 쉼 없이 이어졌다.
교황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규탄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군사·경제적 지원으로 러시아의 패배를 추구하는 서방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교황은 "전쟁은 언제나 패배하며 아무도 이기지 못하고 모두가 패배한다. 오직 무기 제조업자만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쟁이 인류 절멸을 초래할 핵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교황은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협상을 꾸준히 촉구했다.
교황은 신냉전 군비 경쟁으로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난민 등 시급한 지구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자원과 에너지를 헛된 곳에 낭비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하마스의 민간인 유린을 규탄하는 동시에 가자지구의 숱한 민간인 사상자와 인도적 비극을 초래한 이스라엘의 무력 대응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당시 교황은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비공개 통화를 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지 말 것"을 경고했다. 헤르조그 대통령이 자국민 방어 목적이라고 얘기하자 민간인 희생을 초래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교황은 언제나 무고한 희생자들, 전쟁의 결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교황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 14억명을 거느린 로마 가톨릭의 수장이자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인 교황은 분쟁과 다툼의 장벽을 허물고 다리를 잇는 사람, 즉 '평화의 사도'로 불린다.
교황을 뜻하는 라틴어 '폰티펙스'(Pontifex)는 '다리를 놓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 크고 작은 분쟁이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평화를 외치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재는 인류의 뼈아픈 손실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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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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