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장관 경질론…"아내∙지인 단톡방에 예멘공습 계획 올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부인, 남동생 등이 있는 민간 메신저 '시그널' 단체 채팅방에 '예멘 공습' 계획을 올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실수로 기자가 초청된 단체 채팅방에서 헤그세스가 예멘 공습 계획을 공유해 논란이 된 데 이어 헤그세스가 별개의 사적인 단체 채팅방에서 해당 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잇따른 안보 기강 해이 사태에 헤그세스 거취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달 15일 예멘 후티 반군 공습 직전 F/A-18 '호넷' 전투기의 출격 일정 등 세부 정보를 사적인 단체 채팅방에 전송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Defense | Team Huddle(국방 | 팀 허들)'이란 이름의 이 채팅방은 헤그세스가 장관 인준을 받기 전인 지난 1월 개설했다. 이 방엔 그의 부인 제니퍼, 동생 필, 개인 변호사 팀 팔라토리 등 12명이 있었다.

헤그세스의 부인 제니퍼는 전직 폭스뉴스 프로듀서로, 아무런 정부 직책을 맡은 적이 없다. 우익 팟캐스트 프로듀서 출신인 동생 필과 그의 개인 변호사 팔라토리는 헤그세스 장관 취임 이후 각각 '국토안보부와 국방부의 연락관', '해군 법무관' 등 직함을 받았지만, 해당 기밀 작전의 접근 권한이 있는지 확실치 않은 인물들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더욱이 헤그세스는 이 채팅방에 정부 업무용 전화기가 아닌, 개인 전화기로 접속했다는 점에서 기밀을 고의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보도는 헤그세스가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로 이미 국방부 감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미 시사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자신이 행정부 고위 각료들이 모인 시그널 단체 채팅방에 잘못 초청됐으며, 여기서 지난달 15일 예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이 공유됐다고 공개했다. 월츠 보좌관이 기자를 실수로 초청하고, 헤그세스는 기자가 있는 사실을 모른 채 기밀 정보를 올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헤그세스는 공습 직전에 이 행정부 고위 각료 대화방과 사적 대화방을 오가며 동일한 공습 계획을 올렸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헤그세스의 측근들은 예멘 공습 전 이미 그에게 "해당 채팅방엔 민감한 작전 내용을 공유해선 안 되며, 업무엔 정부 전화기를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그는 이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헤그세스는 동맹국과의 고위급 군사 회담에 민간인인 부인을 몇 차례 동석시켜 논란이 됐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복무 경험이 있으며 폭스뉴스 진행자로도 일한 헤그세스는 고위 군 장성들이 맡던 미 국방장관에 소령 출신 예비군으론 처음 임명됐다.

이번 논란으로 헤그세스 경질론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헤그세스는 해임되어야 한다"며 "헤그세스가 (군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헤그세스가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존 얼리엇 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헤그세스 지도력 아래 국방부는 혼란에 빠져 있다"며 "헤그세스가 장관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요지의 글을 실었다.



임선영([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