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50억 년 전 페르세우스 은하단 충돌 흔적 세계 최초 발견

이번 발견은 천문학계에서 오랫동안 ‘완전히 안정된 은하단’의 대표 사례로 여겨졌던 페르세우스 은하단이 실제로는 과거의 격렬한 충돌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데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실 및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천문학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4월 16일(한국시간)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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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평온했던 ‘우주의 거대 실험실’
그중 지구에서 약 2억 4천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페르세우스 은하단은 태양 질량의 600조 배에 이르는 초대형 은하단으로, 그간 충돌의 뚜렷한 흔적이 없어 ‘교과서적인 안정된 은하단’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고해상도 관측 기술의 발전으로, 은하단 내부 곳곳에서 미세한 충돌의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고, 과학계에서는 “충돌 상대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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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렌즈 분석으로 사라진 천체의 실체를 추적하다
연구 결과, 페르세우스 은하단 중심에서 약 140만 광년 떨어진 위치에 태양 질량 200조 배 규모의 암흑물질 덩어리가 존재하며, 이 덩어리가 은하단 본체와 ‘암흑물질 다리’로 연결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두 천체가 과거에 실제로 충돌했다는 '직접 증거'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수치 모사(컴퓨터 시뮬레이션)를 통해 이 암흑물질 구조가 약 50억 년 전 페르세우스 은하단과 충돌을 일으켰으며, 그 흔적이 현재 은하단의 구조에 남아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발견은 지금까지 ‘안정된 은하단’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페르세우스 은하단이 실제로는 격렬한 충돌의 흔적을 간직한 상태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천문학 교과서에 실릴 만큼 대표적인 ‘평온한’ 은하단으로 여겨졌던 이 천체가, 사실은 여전히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다는 점은 학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더불어, 충돌하는 은하단의 구조를 통해 암흑물질 분포와 성질을 역추적할 수 있는 방법론적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는 데에도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명국 연세대 교수는 “그동안 페르세우스 은하단은 안정된 상태로 인식돼 왔지만, 이번 연구는 그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은하단 충돌 과정에서 입자 가속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후속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1저자인 김형한 연구원은 “기존의 정설과 다른 결과를 발표하는데 부담이 있었지만, 유클리드, 크리즘 우주망원경과 동료 연구자들의 시뮬레이션 자료가 결과를 뒷받침해줘 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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