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흔들기'에 시장 또 출렁…달러 가치 하락
미국 주식 선물·국채 가격도 하락
미국 주식 선물·국채 가격도 하락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사임을 압박하면서 달러화 가치와 미국 주식 선물 가격이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또 출렁거렸다.
미국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평가는 미국 국채 가격 하락과 금값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파월 의장 사퇴 압박 소식이 주목받으면서 이날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휴일이어서 거래는 많지 않았지만 달러화 가치는 이날 하락으로 3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으며, 상대적으로 다른 통화 가치는 상승했다.
엔화는 지난해 9월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유로화는 3년 만에 최고치로 각각 올랐다.
싱가포르 OCBC은행의 크리스토퍼 웡 전략가는 "솔직히 파월 의장을 해임한다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연준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 달러에 대한 신뢰도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윈 씬 글로벌 시장 전략 책임자도 메모에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고 있고, 이런 검토가 진행된다는 사실 자체를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한 파월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촉구하면서 "파월의 임기는 빨리 종료되어야 한다",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 등의 주장을 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18일 기자들과 만나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은 그 문제에 대해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답해 파월 의장 해임을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헤지펀드들도 해싯 위원장 발언 이후 달러 매도세에 가담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달러 매도세는 작년 10월 이후 가장 강했다.
FHN 파이낸셜의 윌 컴퍼놀 거시전략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한번 잃으면 되찾기가 매우 어렵다. 파월 의장에 대한 압박은 미국 자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여전히 관세 관련 소식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흔들림이 파월 의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 임페리얼 뱅크 오브 커머스의 막시밀리언 린 전략가는 "항상 그렇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지난주 (시장이 흔들리자) 미·중 관세 관련 소식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것은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제하게 만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파월 의장의 고용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주식 선물도 최고 1% 하락했고 채권시장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2bp(1bp=0.01%포인트)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백악관의 파월 의장 사임 압박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미 CBS 방송에서 "경제학자들은 정치적 간섭으로부터의 통화 독립성, 즉 연준이나 다른 중앙은행이 독립적으로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리크 롱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경우 달러화의 신뢰성이 위태로워지고 미국 경제가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러화 가치와 미국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유럽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독일 채권값은 상승했다.
유로화 가치가 올라가면 일반적으로 독일 채권값은 하락(=채권금리 상승)하는데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이런 상관관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마이크 리델 채권 펀드 매니저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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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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