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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때보다 심각"…트럼프 관세에 美차이나타운 ‘사재기 전쟁’

지난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 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26년간 대만 돼지고기 구이집을 운영해 온 앤디 왕은 최근 물품 사재기에 여념이 없다. 그의 식당 지하실에는 쌀로 만든 술부터 플라스틱 용기에 이르는 다양한 물품이 쌓여 있다. 왕은 “물품 대부분은 중국에서 온 것이며 미국에는 대체품이 없거나 매우 비싼 것만 있다”며 “가능한 한 오래 운영비 인상을 피하기 위해 물품을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국 가게를 폐업해야 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조치 시행 후 생긴 고민이다.

미국 전역의 차이나타운에서 이처럼 ‘재고 쟁여놓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부과한 145% 대중 관세 직격탄에 차이나타운의 중국계 미국인 상인들이 비용 상승을 늦추기 위해 물품을 대량으로 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차이나타운 식료품 가게에 중국산 생강 더미가 쌓여 있다. AP=연합뉴스
FT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후 시행된 대중 관세 조치는 차이나타운 상인들에 큰 타격을 줬다. 이들은 값싼 중국산 재료와 물품을 들여와 장사해 왔는데, 관세로 인해 비용이 2배 이상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판매가를 급격히 올릴 수도 없다. 중국인 밀집 지역인 뉴욕 플러싱의 한 슈퍼마켓 매니저인 우지안시는 “우리 고객들은 짧은 시간 내에 가격이 100달러(약 14만원)에서 200달러로 오르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소비가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비용 증가를 최대한 막기 위해 상인들은 아직 가격이 싼 물품 사재기에 나섰다. 하지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왕은 “최근 전자레인지용 그릇 6개를 주문했지만 한 상자만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재기 열풍은 뉴욕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차이나타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차이나타운 내 기념품 상점에서 시민들이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들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도매업체도 비상이다. 관세 부과 후 중국산 수입량이 급감하면서 도매업체가 가진 물품 재고도 줄고 있어서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하거나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다. 무역회사 스트롱아메리카를 운영하는 덩롱은 “145%의 관세가 부과된 중국 제품을 원래 가격에 판매하면 사실상 소매업체에 공짜로 주는 것과 같다”며 “이번 주에 10% 가격을 올렸고, 다음주에도 추가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공급업체들의 태도도 변했다. 덩은 “중국은 미국과 경제 단절을 준비하는 것 같다”며 “(관세전쟁 이후) 중국 파트너들이 신규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소매업체들은 조금씩 가격을 올리고 있다. 뉴욕 차이나타운과 플러싱에 있는 6개 중국 슈퍼마켓은 쌀과자부터 향신료에 이르는 중국산 제품 가격을 관세 인상 이후 10~50% 올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차이나타운 상인들은 관세 인상 전에 구매한 물품 재고가 길어야 2달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지안시는 FT에 “이르면 다음 달부터 시장이 고율 관세가 부과된 수입품에 의존할 경우 상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우린 145%의 관세론 하루도 견디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웰링턴 첸 차이나타운 파트너십 전무이사는 “관세로 인한 중국계 미국인 사회가 받을 경제적 충격은 9·11 테러 당시 차이나타운이 겪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DHL “113만원 이상 물품 미국 배송 중단”

지난달 6일 독일 베를린의 한 도로에서 배송업체 DHL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 배송업체 DHL 익스프레스는 21일부터 미국 내 고객에게 800달러(약 113만원)가 넘는 기업·개인 간(B2C) 배송 서비스를 중단한다. DHL은 미국의 새 세관 규정 때문에 배송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2500달러(약 356만원)가 넘는 물품에 대해서만 정식 통관 절차가 요구됐지만, 지난 5일부터 이 대상이 800달러 초과 상품으로 확대됐다. 이에 정식 통관절차를 거쳐야 하는 미국 반입 물품이 늘어 배송 지연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어서, 배송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는 게 DHL의 설명이다.

DHL은 기업 간(B2B) 배송은 중단되지 않지만 지연될 수 있으며, 800달러 이하의 배송은 개인과 기업 모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미국은 다음 달 2일부터는 800달러 미만 소액 물품도 미국 수입에 관세를 면제하던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고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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