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선서 與 트럼프 반사이익…野대표 "난 MAGA 아냐"

집권 자유당의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는 2015년 11월부터 9년간 캐나다 총리를 지내며 친이민 등 진보적 의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한 해에 100만명이 넘는 대규모 이민을 받아들인 게 결국 화근이 됐다. 쏟아지는 이민자에 인플레이션과 주택 부족 현상이 일어나자 민심이 급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충격이 가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도발하며, 원래 무관세에 가까웠던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버렸다. 트럼프의 도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트뤼도는 물러났지만, 동시에 캐나다인들의 애국심에도 불을 지폈다. 후임 총리에 오른 마크 카니는 트럼프에 강경하게 맞서며 캐나다인 사이에서 인기를 올렸다.
그러면서 보수당의 전략이 꼬여버렸다. 포일리에브르 캐나다 보수당 대표와 보수당은 부랴부랴 “우리는 마가(MAGA, ‘미국을 위대하게’의 약자로 트럼프의 구호)가 아니다”고 호소했지만, 트럼프와 이념적으로나 이미지가 겹친 보수당의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보수당의 얼굴인 포일리에브르의 말이) 너무 트럼프처럼 들린다”고 짚었다. 보수당의 “캐나다 퍼스트(캐나다 우선주의)” 구호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연상시키고 있다면서다. 캐나다인의 애국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마약과 이민으로 망가진 나라”라고 여당을 공격하는 선거 전략이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수당 내에서도 “톤을 더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다니엘 베랑 캐나다 맥길대 교수(정치학)는 폴리티코에 “트럼프에 맞서 애국심의 물결이 있는 상황에서 보수당은 캐나다를 비판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캐나다인들이 이런 스타일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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