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협의' 앞두고 트럼프 띄운 협상론…“金가진 자, 룰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이자 부활절인 20일 오후 트루스소셜에 “협상과 성공의 황금률-금을 가진 자가 규칙을 만든다”는 글을 영어 대문자로 써서 올렸다. 1980년대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과 도적의 왕’에 대사로 등장한 적 있는 이 글은 부나 자원을 가진 쪽이 협상이나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 어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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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우선권’ 있다는 자신감 과시
트럼프 대통령은 2시간쯤 뒤 다시 올린 글에서 “‘해방의 날’(상호관세 발표가 있었던 지난 2일) 발표 이후 많은 세계 지도자들과 기업 최고 경영진이 내게 관세 구제를 요청해 왔다. 우리가 진지하다는 것을 전 세계가 알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도 했다. 고율의 상호관세로 각 교역 대상국과의 협상판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진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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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 등 ‘비관세 부정행위’ 열거
이와 함께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적용하는 농업 표준, 기술 표준을 거론하면서 유럽연합(EU)의 유전자 조작 옥수수 금지, 일본의 볼링공 테스트를 각각 예시했다. 또 위조·해적판·도용 등 지식재산권(IP) 침해 문제를 지적하며 연간 1조 달러(약 1424조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고,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환적 행위를 마지막으로 포함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8가지 항목 중 환율 조작과 덤핑 행위, 정부 보조금 조치 등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들로 분석된다. EU와 일본을 겨냥한 비관세 장벽도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한국은 콕 집어 언급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수입세’ 역할을 한다고 비판해 온 부가가치세 문제를 두 번째 비관세 부정 행위로 꼽은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오는 24일 2+2 고위급 통상 협의 테이블에 미국 측 대표로 나올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양국 무역 불균형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의 부가가치세(10%)를 지적하며 압박해 올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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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비판 기업가들 경영·정치 서툴러”
이는 관세 장벽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물가 상승, 소비자 구매력 감소 등 경제 악영향을 초래하고 자유무역에 기반한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주류 경제학자들과 상당수 기업인들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 자신의 관세 정책이 단순한 보호무역 차원이 아니라 불공정한 무역 관행 대응 차원이며 미국의 막대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이라는 항변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부활절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세력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살인범, 마약왕, 위험한 죄수, 정신이상자, MS-13 갱단원과 부인 학대범들을 다시 미국으로 데려오려고 열심히 싸우고 음모를 꾸미는 극좌 미치광이들을 포함한 모두에게 부활절을 축하한다”고 했다. 또 “미국에 대한 사악한 공격을 허용하고 있는 약하고 무능한 판사와 법 집행관들에게도 부활절을 축하한다”고 했다. 불법 이민자를 위험한 범죄자로 간주하며 강제 추방해 온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한 사법부를 원색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을 두고선 “단연코 가장 무능한 최악의 대통령으로 자신이 뭘 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며 “매우 파괴적인 이 멍청이를 당선시키기 위해 2020년 대선에서 사기를 친 모든 사람들에게도 부활절을 축하한다”고 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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