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라이벌' 이란에 너그러워진 사우디…美핵협상 공개 지지
10년 전 핵합의 당시 미국에 노골적 불만…현재는 외교적 해법 선호
10년 전 핵합의 당시 미국에 노골적 불만…현재는 외교적 해법 선호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지역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이란에 대해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는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에 대해 "지역과 세계의 평화를 증진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2015년 미국과 이란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이라는 이름의 핵 합의를 도출했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오바마 전 대통령을 홀대했다는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미국과 관계는 경색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이 지역에서 경쟁 구도 때문이다.
수니파 국가들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전방위로 대치했다.
현재 내전이 진행 중인 예멘을 포함해 시리아와 이라크 등 각국에서 사실상 대리전을 치른 두 나라는 지난 2016년엔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자신들도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과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빈 살만 왕세자의 국가 발전 계획 '비전 2030'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전 2030'은 빈살만 왕세자가 2017년 발표한 탈(脫)탄소 국가 발전 계획이다.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천500㎢)로 친환경 스마트 도시와 바다 위의 첨단산업단지 등을 건설하고 비즈니스와 기술, 관광 허브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선 먼저 이란발 위협이 제거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란과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공격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생산시설이 이란이 배후인 공격을 받아 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올인'하는 방식의 동맹이 갖는 한계를 절감하고, 이란과의 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탱크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크리스틴 스미스 디완 선임 연구원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동 국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화해로 자신들이 고립될 것을 우려했지만, 현재는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자신들이 표적이 될까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뿐 아니라 이집트와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등 이 지역 국가들도 모두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환영하고 있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피라스 막사드는 "이 지역 국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현상 유지를 추구하고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불안정한 상황이 외교적으로 억제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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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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