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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드르릉~ 컥” 막힌 숨 터주고 일상에 활력 넣는 수면무호흡 명의

Health&·대한수면학회 공동 선정
박찬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환자로서의 경험 살려 눈높이 진료
검사비 건강보험 혜택 적용에 기여
공로 인정받아 복지부 장관 표창도

박찬순 교수는 의사이면서 수면무호흡증 환자다. 같은 질환을 겪는 이들에게 ‘동반자’의 마음으로 다가간다. 지미연 객원기자

고요한 새벽, 적막을 깨고 우렁찬 진동음이 귓가를 때린다. “드르릉” 한참을 이어지던 코골이는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뚝 멎는다. 정적이 길어질수록 옆에 누운 사람의 불안감은 커진다. 혹시 숨이 멎은 건 아닐까 코밑에 손을 대보려는 순간 “푸” 하고 긴 숨이 터져 나온다. 잠든 이도, 지켜보는 사람도 편히 잘 수 없는 수면무호흡증의 모습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는 질환이다. 상부 기도가 막혀 발생하는 폐쇄성이 특히 흔하다. 수면무호흡증은 매일 밤 조금씩 건강을 갉아먹지만, 자각이 쉽지 않고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도 많지 않다. 대개는 주변인의 권유로 마지못해 병원 문을 두드린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이비인후과 박찬순 교수는 이런 환자들에게 수면무호흡증의 위험성을 알리고, 이들을 위한 검사와 치료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국민 보건 향상에 일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지난 8일 성빈센트병원 수면무호흡증 클리닉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Q : 주로 어떤 환자들이 오나.
A : “가족이나 동료의 반복된 문제 제기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 대부분이다. 단체 생활을 하는 군인이나 배우자와 함께 잠을 자는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수면무호흡증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치료에 적극적인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개는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스스로 문제를 인지해야 다음 단계인 치료로 넘어갈 수 있다.”


Q : 어떤 식으로 문제를 인식시키나.
A : “당뇨·고혈압을 예로 든다. 수면무호흡증도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서다. 당뇨를 치료하지 않고 두면 5년, 10년 뒤 당뇨병성 족부 궤양(당뇨발) 같은 합병증으로 고생하듯 수면무호흡증도 마찬가지다. 방치하면 합병증이 계속 따라붙는다. 당장 다음 날 덜 피곤해지는 효과도 있지만, 심장과 뇌에 생길 수 있는 장기적인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Q : 수면다원검사도 강조한다고 들었다.
A :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며 수면 중 뇌파와 산소포화도, 호흡 상태 등을 측정하는 검사다. 정확한 진단뿐 아니라 질환의 심각성을 수치와 그래프로 보여줘 환자 스스로 수면 문제를 질환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게 건강보험 적용에 힘쓴 이유이기도 하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수면다원검사는 비용 부담이 커 환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 명백한 이상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망설이거나 “생각해 보겠다”며 돌아서기 일쑤였다. 박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의사들과 2011년부터 관련 부처 회의에 참석하며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수면 중 좁아진 기도를 열어주는 의료기기)의 급여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게 7년여간 동료의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 노력한 결과 2018년부터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대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Q : 환자 부담이 얼마나 낮아졌나.
A : “기존에 많게는 100만원대였던 수면다원검사를 건강보험 적용 시 10만원대에 할 수 있다. 소아는 5만원 이하에도 가능하다. 양압기는 과거 200만원 이상을 들여 구매해야 했지만, 지금은 월 2만원 이하에 대여할 수 있게 됐다.”


Q : 고마움을 표현하는 환자들이 많겠다.
A :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특히 직업상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의 치료를 돕고 나면 사회적 문제 해결에 일부라도 힘을 보탰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실제 만성 졸음을 겪는다며 찾아온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가 있었다. 처음엔 양압기 사용에 소극적이었지만, 기기 사용 후 피로도가 줄자 나중엔 차량까지 개조해 양압기를 꽂을 콘센트를 설치했다. 개인의 건강을 지키고 졸음운전으로 인한 잠재적인 사고까지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됐다.”

박 교수가 환자와의 관계에서 지향하는 역할은 ‘치료자’를 넘어선 ‘동반자’다. 특히나 그는 의사이면서 올해로 10년째 양압기 치료를 받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다. 치료를 앞두고 갖는 불안과 망설임, 치료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직접 경험해 봤기에 환자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진심이 담긴다. 박 교수는 “평생 안고 갈 질환인 만큼 의사이자 같은 환자로서 그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다”며 “이 과정에서 확립된 치료법을 환자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수(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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