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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일터? 장애인 일자리는 아픔을 희망으로 바꾸는 공간"

지난 15일 오후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실로암인더스트리 작업장에서 송정화(52)씨가 동료들과 함께 헤드폰 포장·조립 업무를 하고 있다. 박종서 기자

" 일터는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소통과 연대의 공간이기도 해요. "

지난 15일 오후 서울 금천구 소재 시각장애인 직업 재활시설 ‘실로암인더스트리’에서 만난 중증 시각장애인 송정화(52)씨의 말이다. 시각장애인 20여명이 일하는 이곳에선 만 65세까지 주 5일·하루 6시간을 일할 수 있다.

송씨는 15년간 안마원에서 일하다가 2023년 오른손 엄지손가락 인대가 끊어지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병원을 찾아간 송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퇴행성 관절염이었고, 그는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야 했다.

10년 넘게 지내온 일자리를 잃은 뒤 1년의 공백 기간을 가졌던 송씨는 지난해 겨우 재취업에 성공했다. 손님의 뭉쳐있는 근육을 풀던 송씨의 손길은 이제 기내 음악 청취용 헤드폰을 능숙하게 포장·조립하는 데 사용한다. 송씨는 “비록 눈이 보이지 않지만, 촉각과 청각엔 자신이 있다”며 “헤드폰에서 음향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는 업무만큼은 다른 동료를 포함해 그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송씨의 동료 염성자(64)씨는 이곳에서 16년간 일해온 베테랑이다. 염씨는 “헤드폰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하나하나 살피는 업무가 적성에 맞는다. 꼼꼼한 성격 덕분”이라며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살아가는 희망”이라고 했다. “땀 흘려 일한 돈으로 세금을 내면서 떳떳하게 살아가니 자신감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염씨는 “내년 정년퇴직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염성자(64)씨가 지난 15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실로암인더스트리 작업장에서 헤드폰 포장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염씨는 ″남들보다 꼼꼼해서 마무리 포장 작업과 검수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전율 기자

송씨와 염씨는 이곳에서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다른 장애인 근로자들의 형편은 녹록지 않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법정기념일인 ‘장애인의 날’은 20일 45주년을 맞았지만, 장애인 임금 근로자의 약 65.1%는 고용 불안에 떠는 비정규직으로 파악됐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지난 18일 ‘2024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를 발표하면서 장애인 임금 근로자 66만6205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가 42만9731명이라고 밝혔다. 비장애인 포함 전체 임금 근로자 2214만3000명 중 38.2%(약 846만명)가 비정규직인 것에 비하면 약 1.7배가량 높은 수치다.

장애인 일자리 중엔 2년 계약직이 많다고 한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계약직 근로자가 2년을 초과해 근무할 경우 해당 근로자와 무기한 근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에선 장애인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기 전 계약을 종료하는 형태를 선호한다고 한다. 윤재훈 실로암인더스트리 본부장은 “일반 업체 입장에선 장애인을 정년까지 고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근무 기간을 2년 꽉 채워갈 때쯤 해고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정규직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행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는 장애인을 고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본다”며 “업체의 장애인 정규직 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해당하는 업체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근로자의 역량 강화 목적에서 이들이 전문 기술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이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서.전율([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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