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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종의 이코노믹스] 전기 요금 상승과 송전망 고려한 발전 계획 세워야

대전환 필요한 한국의 전력 시스템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어린 시절에 전기 아끼라고, 전등 끄라고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어봤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여름에는 냉방기 사용이 늘고 겨울에는 난방기 사용이 늘면서 전기가 부족해져 정전이 발생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기는 부족해도 정전이고, 남아도 정전이 된다. 게다가 전기 수요가 낮은 봄과 가을에 정전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전기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아서 남아돌아도 정전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다.

전기는 실시간으로 발전량과 소비량이 일치해야만 정전이 발생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전기 소비가 늘어나면 바로 발전을 해서 공급해야 정전을 방지할 수 있고, 소비가 줄어들면 바로 공급을 제한(발전기를 끄던지, 송전을 못 하게 막아서)해서 적정한 소비량만 송전망으로 보내야만 정전이 생기지 않는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늘며
다른 발전 강제 중단 상황 생겨

전력 안정 공급 위한 LNG 발전
설비 늘렸지만 수익성 맞지 않아

탄소 중립 위한 친환경 발전 전환
실행 가능 전력 시스템 구축해야

보통 전력 표준 주파수인 60Hz를 맞춘다고 하는데, 공급이 소비보다 늘어나면 60Hz 이상으로 주파수가 올라가서 전압이 불안해지고 시스템이 다운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전기 공급이 부족할 때는 주파수가 60Hz 이하로 떨어져서 전압이 낮아져 전력이 끊어질 상황이 도래한다.

이러한 전기적 특성을 이해해야 봄·가을이 왜 점점 더 위험해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봄이나 가을, 특히 연휴까지 끼어 있는 날은 전기 수요가 매우 낮다. 그런데 이런 때는 햇볕이 매우 좋아서 태양광 발전을 통한 전기가 많이 들어오게 되고 공급이 소비를 넘어서게 될 때 태양광을 끊지 못하면 정전이 날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이런 일들이 이제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으며 조절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전체 전력 설비는 144기가와트(GW)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4월 중순의 수요는 최저가 40GW 정도다. 그렇다면 100GW의 발전 설비는 최저 수요 시간대에는 꺼놓거나 최저 기동만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가 오후 5~6시가 돼서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모든 발전기의 출력을 다시 높여야 한다. 전체 태양광은 30GW 정도 있는데, 현재 소형 태양광은 중앙에서 스위치를 조종할 수 없다. 그래서 전력 거래를 책임지는 전력거래소 중앙조정실에서 다른 모든 발전원인 원전과 석탄, 천연가스 발전소를 먼저 다 끄게 하고 공공 태양광 등도 끄게 해야 정전을 면할 수 있다.

무탄소 늘리려면 하향예비력 고려해야
쉽게 설명하면 비가 오거나 구름이 껴서 태양광이 없고 전기를 많이 쓸 일이 없는 봄, 가을 연휴에 갑자기 날이 개어 태양광 발전이 급증해서 과다 공급이 발생할 때 신속히 다른 발전기를 꺼야한다. 전기가 갑자기 과다 공급될 때 발전을 멈춰줄 발전기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하향예비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하향예비력의 부족 현상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근본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김영옥 기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현재의 장기 전력계획을 개편하는 것이다.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우리나라는 전력 수급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2년마다 향후 15년 동안 필요한 전력설비 계획과 발전원별 비중을 정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여기에 상위법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후 탄녹법) 제8조(‘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를 지키게 돼 있다. 이 두 법 조항이 우리나라 전력 수급과 에너지 정책의 가장 기초가 되는 내용이며 꼭 지켜야 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종합하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로 명문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탄녹법’이 더 상위법이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공기업·준공공기관, 민간 회사와 기업도 온실가스 감축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의하면 전력 부문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약 45.9%를 감축해야 한다. 앞으로 5년 안에 전력 소비가 거의 반으로 줄거나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절반을 바꿔야 한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도록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모든 발전 설비 계획은 무탄소만을 늘리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LNG 발전 현실적 활용 계획 만들어야
안정적·경제적 전력 공급이 최우선 사항이 아니라 시점에 맞춰 무탄소 발전원을 집어넣어야만 한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가 2023년 설비 기준으로 30GW지만 15년 뒤에는 121.9GW까지 늘어나야 한다. 매년 7GW 정도 설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해서 원전은 15년 동안 10GW를 추가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영옥 기자
재생에너지는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높아서 과소하게 혹은 과도하게 발전이 이뤄진다. 원전은 마구 끄고 켤 수 있는 전원이 아니라서 재생에너지 변동에 따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실시간으로 원전의 출력을 조절하는 것이 제한된 전원이다. 현재는 그렇기 때문에 미리 꺼놓은 원전이 늘고 있다. 그래서 유연한 전원이 필요하다. 전기를 저장할 배터리를 많이 설치하면 좋지만, 비용이 아직 비싸고 현재 상용화된 기술로는 배터리는 4시간 정도밖에 버티지 못한다. 게다가 기상 상황이 며칠 동안 안 따라주면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이런 재생에너지 변동성과 원전의 경직성을 해결하기 위해 LNG 발전이 필요하다. 그런데 전력 공급에 있어 유연한 역할을 LNG가 맡아서 하기 위해서는 기동과 정지를 반복해야 한다. LNG 발전을 43.2GW에서 69.2GW로 약 1.5배 늘리지만, 발전 비중은 현재 26.8%에서 10.6%로 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야 한다. LNG 발전이 필요해서 설비를 늘리지만 가동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 되어버리는 탓에 재무적으로 수지타산이 전혀 맞을 수가 없다. 과연 이렇게 가혹한 재무적 손실을 감내하며 누가 LNG 발전소를 지어서 운영하려고 할지 의문이다.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당분간 LNG 발전을 현실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송전망 2배 필요하지만 가능성 의문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현실 가능성에 있어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수요 예측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향후 15년간의 경제 성장, 인구구조 변화, 기후 변화, 산업구조 변화 및 기술 변화까지를 예측해 전력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수많은 가정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수요 예측은 완벽히 정확할 수 없고,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 상황 전망을 더해 통계적 기법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열역학 법칙과 물리학적 특성을 고려해야 하고, 정전을 야기하는 과다 공급이나 과소 공급이 생기지 않도록 전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까지 반영해야 한다.

두 번째,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송전망 건설을 고려하지 않는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 수요를 예측한 뒤 기존 발전 설비를 대체할 발전원을 결정하고 신규로 추가 설비를 어떤 발전원으로 할지만 결정한다. 산업단지나 인구 밀집 지역으로 전력을 이송할 송전망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뒷받침해야 하지만, 송전망이 지나가는 지역의 ‘님비(NIMBY·지역 이기주의)’가 심해지면서 설치가 늦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아산·탕정 디스플레이 산업 단지로 보내는 44.6㎞의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완공됐다. 당초 2012년 준공이 목표였지만 13년이나 지체됐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발전 물량을 현실적으로 운영하려면 지금보다 송전망을 2배는 더 깔아야 하지만 실행 가능성은 의문이다.

세 번째,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 요금에 대한 어떤 가정도 하지 않는다. 전기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발전 설비와 발전 비중을 결정하고 송전망은 무조건 연결이 된다고 가정한다. 실제 설비 구축과 발전, 송·배전 및 소비의 전 과정에 대한 비용을 전혀 계산하지 않다 보니 어느 정도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해당 계획이 실행 가능한지 알 수가 없다. 전기 요금 인상분을 추정하려면 발전 비용과 함께 항상 60Hz를 맞추기 위한 전력 시스템 유지 비용과 송전망 비용, 백업 전원을 예비력으로 가지기 위한 비용도 추가해야 한다. 전력 초과 공급일 때는 배터리를 달고 원전도 포함해 다른 발전기를 항상 끌 수 있도록 유지하는 비용도 추가로 반영해 따져야 한다.

수요 공급 매칭한 전력 시스템 필요
앞으로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고 친환경 발전을 늘린다면 발전 단가가 높아지고 추가 시스템 유지 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미 친환경 발전을 주도한 유럽의 전기 요금이 우리의 3배 정도 된다. 국민이 전기 요금이 올라도 환경을 위해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전기나 가스 요금이 조금만 올라도 ‘폭탄’이라고 반응하는 걸 보면 전기 요금 상승을 용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발전량을 소수점까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위험 요소를 분석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전망으로 바꿔야 한다. 또한 전기 소비가 가격에 반응하도록 원가 반영 시스템으로 가격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수요와 발전 비중을 범위로 예측하고 있고 다양하게 차등화한 요금 제도를 통해 효율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매칭한 전력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송전망을 건설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발전 시설을 건설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그리고 항상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전력시스템 회복력 설계와 가격 제도를 통해 효율적인 발전 설비의 진·출입을 결정해야 한다. 계획을 위한 계획이 아닌 실행이 가능한 전력 시스템 구조로 대전환해야 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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