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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7년 예상" 그 대어 왔나…트럼프가 앞당긴 K조선 호재

20~30년 만에 오는 투자 기회
경제+
조선업 경기 사이클은 선박 교체 주기에 따라 평균 30년에 달한다(반도체는 평균 4년, 건설업은 평균 5년). 단기 호재와 악재에 주가가 출렁여도, 인내심 있게 투자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는 업종이 조선업이다. 지금 조선업은 제3차 수퍼사이클 진입 국면에 있다. 20~30년 만에 오는 투자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이번 3차 수퍼사이클은 언제부터 시작하고, 얼마나 지속할까. 조선업 사이클 주기가 30년이라면, 잘못 투자하면 30년 동안 손실 구간에 머무를 수 있어 투자 시점을 신중히 잡아야 한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재테크콘텐트 머니랩이 조선업을 둘러싼 이같은 궁금증을 파헤쳤다.
◆3차 수퍼사이클, 빨리 온다=조선업 사이클은 장기와 단기로 나눌 수 있다. 장기 사이클은 선박의 수명에 따라 약 30년마다 형성된다. 단기 사이클은 경기 변동과 선박 건조 기간에 따라 순환한다. 조선주는 대표적인 경기 민감주로 ‘글로벌 경기 회복→상품 수요 증가→해운 운임 증가→선박 발주 증가’로 이어지는 경기 순환에 민감하다. 선박은 건조 계약에서 인도까지 약 3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때 경기 상황에 따라 건조 일감이 특정 시기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3년 전후 주기로 단기 사이클을 형성한다.

김주원 기자
사이클 진폭은 장기가 단기를 압도한다. 조선주에 투자하려면 장기 사이클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장기 사이클은 강산이 변해도 세 번은 변했을 30년마다 찾아오기 때문에, 매번 사이클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다르다. 예를 들어 1차 수퍼사이클(1963~1973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무역량은 전쟁 직후 바닥을 치고 빠르게 증가했지만, 선박 공급은 이를 따라주지 못했다. 2차 수퍼사이클(2002~2007년)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촉발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물동량이 폭발했고, 조선사들은 급증하는 선박 발주 물량을 소화하면서 초호황기를 누렸다. 이런 조선업의 1·2차 호황 사이클은 1차 오일 쇼크(1973~1974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하락 사이클로 접어들었다.

조선업 30년 주기설에 근거하면, 3차 수퍼사이클의 시작은 2037년께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3차 수퍼사이클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온실가스를 대거 배출하는 노후 선박을 교체하도록 강하게 유도하고 있어서다. 원래대로라면 30년의 선박 수명을 모두 채운 뒤 대규모 교체 주기가 도래했겠지만, 환경 규제 탓에 교체 주기가 앞당겨지면서 장기 사이클의 시작도 빨라질 전망이다.

김주원 기자
IMO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조치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 국제 항로를 항해하는 5000t 이상의 선박은 강화한 온실가스 기준에 맞는 연료를 써야 한다. 현재 3.8년 수준인 전 세계 조선사 수주잔고를 고려하면, 선주들이 지금 선박을 발주해도 3년 뒤에나 인도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올해부터 친환경 선박 발주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에는 선박의 탄소집약도지수 등급이 3년 연속 불량할 경우(D등급 이하) 개선 조치나 폐선 여부를 결정하는 추가 기준이 도입될 예정”이라며 “노후 선박 교체 주기가 앞당겨지면서 조선사에 유리한 공급자 위주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이클 예측에는 신조선가지수=조선업 경기 사이클과 함께 가는 대표적인 동행 지표는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Clarksons)이 발표하는 신조선가지수다. 조선사에 발주하는 신규 선박 가격이 얼마인지 측정해 종합적으로 집계한 지표다. 조선업 호황이 오면 중고 선박 매입은 물론 새롭게 선박을 건조하려는 수요도 증가한다. 이 때문에 호황 국면에선 이 지표가 오르고, 불황일 땐 내린다.

김주원 기자
신조선가지수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격히 반등했다. 전염병 확산으로 경기 침체를 예상한 세계 각국이 재정 확장 정책을 펼친 결과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재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상 운임이 빠르게 오르자 컨테이너선 발주가 대량으로 이뤄졌다.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조선업에는 호재였다. 유럽은 그동안 지상 파이프라인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해 왔는데 전쟁으로 거래가 끊기면서 바다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대량 발주됐다. 신조선가지수는 2024년 9월 이후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졌지만, 대세 상승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밖에 클락슨이 발표하는 개별 조선사의 수주 잔고 현황과 전방 시장인 해상운임 종합지수(Clarksea Index)도 함께 봐야 한다.

◆관세전쟁이 호재인 조선주=신조선가지수 흐름으로 볼 때, 올해는 2020년부터 시작한 상승 사이클을 지나는 과정에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의 글로벌 유동성 증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LNG 운반선 발주 증가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 이지니 연구원은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HD현대미포 등 국내 조선 4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52% 증가했다”며 “신조선가가 높을 때 수주한 고수익 물량 덕분에 이익이 많이 늘어난 점은 2차 수퍼사이클 상황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상승 사이클 기간은 과거보다 길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조선업 상승 사이클은 5~6년간 지속했다. 상승 사이클이 길어지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경기 침체 우려를 낳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중국 무역전쟁 덕분이다.

김주원 기자
먼저 국내 조선업은 미국이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면서 수혜를 볼 전망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오는 10월 14일부터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톤(t)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징수하고, 이를 2028년까지 t당 140달러까지 매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 국가의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이라 해도 중국에서 건조했으면 t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 해외 선주·선사들이 LNG선 등 2척의 중국 발주를 포기하고 한국 발주(HD현대미포)를 결정했다”며 “미국의 대중 견제에 따른 수혜가 계약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해군력 강화 움직임도 국내 조선사에는 호재다. 미국 국회는 지난 2월 동맹국에 미 해군 함정 건조를 허용하는 해안경비대 준비 보장법, 해군 준비 보장법 등을 발의했다. 이 같은 흐름에서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말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 인수 절차를 끝냈다. HD현대중공업도 미국 군함 전문 조선사 헌팅턴잉걸스와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조선업에 군함 등 특수선 특수가 이어질 기대감이 형성되는 이유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이 같은 호재가 노후 선박의 친환경 선박 교체에 따른 3차 수퍼사이클과 골든크로스를 이루는 경우다. 이 경우 지금의 상승 사이클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7년 하반기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경제적 규제 조치를 시행하면, 노후선 해체와 교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당장 수주에 가속도가 붙는 건 아니지만, 사이클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도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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