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5%’ 카드론 42조 빌렸다…연체율 10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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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 창구’ 몰리는 서민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전업사 8곳(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지난달 카드론 금리(평균)는 연 14.75%를 기록했다. 지난 1월 말(연 14.46%)보다 0.29%포인트 뛰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 시장이 흔들렸던 2022년 말 카드론 금리(평균 연 14.72%)도 넘어섰다.

이런 조달금리 움직임과 반대로 카드론 금리가 들썩이는 건 대출 문이 좁아지면서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 탓이다.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를 위해 카드사로부터 올해 카드론 관리 목표치를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는 올해 증가율 목표치를 3~5% 수준으로 제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카드론 수요가 급증해 잔액 관리는 물론 대출 건전성까지 신경 쓰고 있다”며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선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줄이는 ‘입구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론 잔액은 올해 1·2월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가 지난달 소폭 줄었다. 여신금융협회 통계를 보면 3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3720억원으로 전월보다 6268억원 감소했다. 이조차 분기마다 회수 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털어내는 ‘부실채권 상각’ 효과가 컸다.
카드론 금리가 하락하긴 쉽지 않다. 경기 부진 장기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금리 하락세가 실제 카드론 금리에 반영되는 데 2~3개월이 걸린다”며 “이보다는 연체율이 늘면서 (손실로 처리하는) 대손 비용 부담이 금리에 먼저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경기가 나빠지면서 저신용자가 급증한 점도 카드론 평균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카드론 금리가 오르면서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신용점수가 900점(신용평가사 KCB 기준)을 넘는 고신용자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3월 말 기준 연 11.76%로 1년 전(연 11.89%)보다 오히려 0.13%포인트 내렸다. 반면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의 금리는 같은 기간 연 17.59%에서 17.94%로 올랐다. 일부 카드사는 저신용자의 카드론 금리 상단을 19.9%로, 법정 최고 금리(20%) 수준까지 높였다.
연체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연체율은 1.65%로 2014년(1.69%)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연체율은 카드론, 신용대출, 카드 할부금, 리볼빙 등의 1개월 이상 연체율을 의미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론을 활용한) ‘빚 돌려막기’가 장기화되면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금융사도 타격을 받는다”며 “카드사는 꼼꼼한 잣대로 대출 여부를 평가하고, 정부는 장기 침체를 고려해 취약차주 대책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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