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만들던 공장서, 반도체 기판 ‘세계 1위’ 꿈이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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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드림팩토리’
![LG이노텍은 첨단 IT 기술을 적용한 ‘드림팩토리’를 기반으로 FC-BGA 사업을 오는 2030년까지 조 단위 규모로 육성할 계획이다. 사진은 로봇팔이 반도체 기판을 옮기는 모습. [사진 LG이노텍]](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1/c2d6f5ad-ca7e-49db-a47e-4f55bf90676a.jpg)
지난 17일, 경북 구미시 LG이노텍 구미4공장. 이 회사의 직원은 두 겹의 장갑과 전신 방진복, 전용 위생 신발까지 착용한 기자에게 거듭 강조했다. 사방에서 강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에어샤워를 거친 뒤에야 출입문이 열렸다. LG이노텍의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생산시설 ‘드림팩토리’가 처음 공개된 순간이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대한민국 TV 산업의 핵심 생산기지였던 이 공장은 첨단 제조시설로 재탄생했다. LG이노텍은 2022년에 LG전자로부터 공장을 인수한 뒤 인공지능(AI), 딥러닝, 로봇 등 최신 IT 기술을 접목해 FC-BGA를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시켰다. 반도체 기판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LG이노텍이 ‘미래 먹거리’의 승부수를 띄운 곳이기도 하다.
FC-BGA는 반도체 칩에 버금가는 초미세·고난도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기판이다. 수만 개의 미세한 금속 공 형태 부품을 통해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한 결함 하나만으로도 연산 데이터 전달에 오류가 생길 수 있어 칩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AI 서버, 고성능 PC,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부품에 탑재된다.
LG이노텍은 축구장 3배(2만6000㎡) 규모인 공장 내 10여 단계의 공정 시스템을 모두 무인화했다. 자율주행로봇(AMR)이 생산라인 곳곳을 누비며 구리로 도금된 대형 기판 수십장을 수시로 운반했다. 물류창고에서 원자재 기판을 가져와 각 공정 설비에 투입하고, 완성된 기판을 다시 창고에 적재하는 전 과정이 자동화됐다. 기판에 부착된 보호 필름을 정밀하게 제거하거나, 불량품을 선별하기 위해 검사대에 기판을 올려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작업까지도 로봇팔과 AI 시스템이 맡았다.
![경북 구미시 ‘드림팩토리’ 전경. [사진 LG이노텍]](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5/04/21/6f29eb8d-2fc7-49c7-968d-7fc1705bb472.jpg)
LG이노텍은 높은 수율(양품 생산 비율) 기반의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북미 빅테크 고객을 대상으로 PC용 FC-BGA 양산을 본격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2030년까지 FC-BGA 사업을 조(兆) 단위 사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강민석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일반적인 기판의 수율은 95% 이상이라 경쟁의 의미가 없지만, FC-BGA는 고난도 제품의 경우 50%까지 떨어진다”며 “드림팩토리를 통한 수율 향상이 LG이노텍의 핵심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이 후발주자임에도 FC-BGA 사업에 적극 뛰어든 이유는 이 시장이 AI 산업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80억달러(약11조6912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3조9669억원)로 시장이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일본의 이비덴과 신코, 대만의 유니마이크론이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도 주력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LG이노텍은 FC-BGA를 넘어 차세대 기판인 ‘유리기판’ 시장도 준비 중이다. 드림팩토리는 향후 유리기판 생산시설로도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가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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