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만들던 구미공장, ‘첨단 반도체 기판’ 전초기지로 …LG이노텍 미래 걸었다

" 혹시라도 몸에 남은 이물을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
지난 17일, 경북 구미시 LG이노텍 구미4공장. 이 회사의 직원은 두 겹의 장갑과 전신 방진복, 전용 위생 신발까지 착용한 기자에게 거듭 강조했다. 사방에서 강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에어샤워를 거친 뒤에야 출입문이 열렸다. LG이노텍의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생산시설 ‘드림팩토리’가 처음 공개된 순간이다.
━
TV 생산 공장의 탈바꿈

FC-BGA는 반도체 칩에 버금가는 초미세·고난도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기판이다. 수만 개의 미세한 금속 공 형태 부품을 통해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한 결함 하나만으로도 연산 데이터 전달에 오류가 생길 수 있어 칩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이날 언론에 공개하는 동안에는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공정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사람과 제품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LG이노텍은 축구장 3배(2만6000㎡) 규모인 공장 내 10여 단계의 공정 시스템을 모두 무인화했다. 자율주행로봇(AMR)이 생산라인 곳곳을 누비며 구리로 도금된 대형 기판 수십장을 수시로 운반했다. 물류창고에서 원자재 기판을 가져와 각 공정 설비에 투입하고, 완성된 기판을 다시 창고에 적재하는 전 과정이 자동화됐다. 기판에 부착된 보호 필름을 정밀하게 제거하거나, 불량품을 선별하기 위해 검사대에 기판을 올려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작업까지도 로봇팔과 AI 시스템이 맡았다.

LG이노텍에 따르면 공장 운영 인력은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박준수 FS생산팀장은 “단순히 인건비 절감보다 사람의 개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제거해 품질과 수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래 먹거리, FC-BGA 본격 공략

강민석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일반적인 기판의 수율은 95% 이상이라 경쟁의 의미가 없지만, FC-BGA는 고난도 제품의 경우 50%까지 떨어진다”며 “드림팩토리를 통한 수율 향상이 LG이노텍의 핵심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I 열풍 속 성장하는 첨단 기판 시장
현재 글로벌 시장은 일본의 이비덴과 신코, 대만의 유니마이크론이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도 주력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LG이노텍은 FC-BGA를 넘어 차세대 기판인 ‘유리기판’ 시장도 준비 중이다. 드림팩토리는 향후 유리기판 생산시설로도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LG이노텍은 2027년까지 유리기판 기술 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가람([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