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TV 만들던 구미공장, ‘첨단 반도체 기판’ 전초기지로 …LG이노텍 미래 걸었다


지난 17일 LG이노텍이 언론에 최초 공개한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 생산 허브 '드림 팩토리'에서 작업 중인 로봇의 모습. 사진 LG이노텍
" 혹시라도 몸에 남은 이물을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

지난 17일, 경북 구미시 LG이노텍 구미4공장. 이 회사의 직원은 두 겹의 장갑과 전신 방진복, 전용 위생 신발까지 착용한 기자에게 거듭 강조했다. 사방에서 강한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에어샤워를 거친 뒤에야 출입문이 열렸다. LG이노텍의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생산시설 ‘드림팩토리’가 처음 공개된 순간이다.



TV 생산 공장의 탈바꿈

지난 2019년 LG전자 구미 A3 공장에서 OLED TV가 생산되던 모습. LG이노텍은 이 공장을 2022년에 인수해 첨단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드림팩토리로 재탄생시켰다. 사진 LG전자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대한민국 TV 산업의 핵심 생산기지였던 이 공장은 이제 반도체 팹 못지않은 이물질 관리와 수율 확보가 관건인 첨단 제조시설로 재탄생했다. LG이노텍은 2022년에 LG전자로부터 공장을 인수한 뒤 인공지능(AI), 딥러닝, 로봇 등 최신 IT 기술을 접목해 FC-BGA를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시켰다. 반도체 기판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LG이노텍이 ‘미래 먹거리’의 승부수를 띄운 곳이기도 하다.

FC-BGA는 반도체 칩에 버금가는 초미세·고난도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기판이다. 수만 개의 미세한 금속 공 형태 부품을 통해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사이에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한 결함 하나만으로도 연산 데이터 전달에 오류가 생길 수 있어 칩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이날 언론에 공개하는 동안에는 오염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공정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FC-BGA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나르는 AMR(Autonomous Mobile Robot). LG이노텍은 FC-BGA 전 공정을 자동화하여, 품질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사진 LG이노텍

사람과 제품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LG이노텍은 축구장 3배(2만6000㎡) 규모인 공장 내 10여 단계의 공정 시스템을 모두 무인화했다. 자율주행로봇(AMR)이 생산라인 곳곳을 누비며 구리로 도금된 대형 기판 수십장을 수시로 운반했다. 물류창고에서 원자재 기판을 가져와 각 공정 설비에 투입하고, 완성된 기판을 다시 창고에 적재하는 전 과정이 자동화됐다. 기판에 부착된 보호 필름을 정밀하게 제거하거나, 불량품을 선별하기 위해 검사대에 기판을 올려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작업까지도 로봇팔과 AI 시스템이 맡았다.
지난 17일 LG이노텍이 언론에 최초 공개한 고부가 반도체 기판 FC-BGA 생산 허브 '드림 팩토리' 내 FS통합관제센터의 모습. 사진 LG이노텍

LG이노텍에 따르면 공장 운영 인력은 기존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박준수 FS생산팀장은 “단순히 인건비 절감보다 사람의 개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제거해 품질과 수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 FC-BGA 본격 공략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플립칩 범프로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 기판인 FC-BGA. 사진 LG이노텍
LG이노텍은 높은 수율(양품 생산 비율) 기반의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북미 빅테크 고객을 대상으로 PC용 FC-BGA 양산을 본격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도 추가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2030년까지 FC-BGA 사업을 조(兆) 단위 사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강민석 기판소재사업부장(부사장)은 “일반적인 기판의 수율은 95% 이상이라 경쟁의 의미가 없지만, FC-BGA는 고난도 제품의 경우 50%까지 떨어진다”며 “드림팩토리를 통한 수율 향상이 LG이노텍의 핵심 차별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열풍 속 성장하는 첨단 기판 시장

LG이노텍이 후발주자임에도 FC-BGA 사업에 적극 뛰어든 이유는 이 시장이 AI 산업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FC-BGA는 AI 서버, 고성능 PC,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부품에 탑재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글로벌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80억달러(약11조6912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3조9669억원)로 시장이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일본의 이비덴과 신코, 대만의 유니마이크론이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도 주력 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LG이노텍은 FC-BGA를 넘어 차세대 기판인 ‘유리기판’ 시장도 준비 중이다. 드림팩토리는 향후 유리기판 생산시설로도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LG이노텍은 2027년까지 유리기판 기술 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가람([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