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이미 쓰고있는데”...갈길 먼 영상계 AI 논쟁

비단 이미지뿐만 아니다. 생성형 AI(이하 AI)에 프롬프트(명령어)를 작성하기만 하면 음악·영상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간편해진 제작공정에 콘텐트 제작자들의 사용도 늘었다. 운동선수 추성훈의 유튜브 영상에선 AI로 제작된 “야노시호~ 화~ 났다” 배경음악(BGM)이 흘러나온다. 안무가 가비가 운영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유튜브 채널 ‘디바마을 퀸 가비’ 속 인터뷰 배경 이미지는 대부분 AI로 제작됐다. 웹예능 시청자들 또한 AI 생성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상업 현장 30년 차인 A 감독(58)은 AI를 보조작가처럼 활용하는 동료 감독들을 목격했다. 그는 “1년 새에 퀄리티가 확실히 좋아져서, 클로드(텍스트 작업용 생성형 AI)를 통해 시나리오 구조를 분석하거나 간단히 법학·의학 용어 고증을 할 때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영화제 등도 발 빠르게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AI 영화 제작 워크숍을 열고, 국내에선 처음으로 AI 영화 국제경쟁부문을 신설했다. CGV는 지난달 17일부터 AI영화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AI만을 이용했거나 AI가 상당 부분 활용된 작품이 출품 대상이다.

이에 AI 사용을 ‘일단 경계’하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지난해 1월 넷플릭스는 연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보고서에서 생성 AI가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언급하며 ‘AI 생성물 활용 시 지적 재산권 소송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해 8월 EU가 세계 최초로 제정한 포괄적 AI 규제법은 권리자 보호를 위한 조항이 있다는 점에서 국내 AI 기본법과 차이가 있다. EU의 권리자들은 AI가 창작물을 학습하는 단계와 AI 생성물이 활용되는 단계에서 적절한 보상체계를 요구하고, 원치 않을 경우 자신의 저작물 학습을 거부할 수 있는 '옵트아웃(Opt-out)'을 주장할 수 있다.
다음달 불가리아에서 열릴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총회를 앞두고, 한국 저작권 단체와 만나기 위해 지난 15일 방한한 리카르도 고메즈 카 발레이로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에 “EU는 보상체계를 미세조정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저작권 보호를 밑거름으로 콘텐트 산업이 성장해왔기 때문에, 권리자 보호와 경제적 성장이 대립된다는 시각은 잘못됐다”며 “AI 기술이 문화산업을 침해하지 않으려면 창작자 단체들이 선제적으로 합의 주체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ISAC 소속 벤저민 응 디렉터는 “영화는 다른 예술과 달리 기술과 함께 발명된 장르라, 다른 장르의 창작자보다 협상력이 낮을 수 있다”며 “법·제도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타 장르와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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