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바로 없을 때 노렸다…트럼프 '관세유예' 막전막후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한 배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의 결심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장관이 트럼프의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트럼프 곁에 없는 틈을 타 벌인 일이다.
WSJ에 따르면 베센트·러트닉 장관은 9일 0시부터 발효된 상호 관세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매우 놀랐다. 관세 시행 유예를 발표하자고 트럼프를 설득할 생각이었지만 나바로 고문이 문제였다. 나바로 고문이 지난 2일부터 백악관 집무실 근처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트럼프 주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2일은 트럼프가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하며 전 세계에 10%의 보편관세를 시행하고,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한 날이다. 이날 이후 나바로 고문은 관세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행정부와 미국 기업들의 의견에도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트럼프를 독려해왔다.
이에 베센트와 러트닉 장관은 나바로가 트럼프와 떨어져 있는 시기를 노렸다. 마침 9일 오전 나바로 고문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의 회의 때문에 백악관 내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두 장관은 급히 백악관 집무실로 달려가 예정에도 없던 트럼프와의 면담을 진행했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관세 유예를 해야 하며 이 결정은 즉시 발표하는 것이 좋다고 설득했다. 트럼프에게 그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바로 발표하자고 제안하면서 그가 해당 사실을 트루스소셜에 올릴 때까지 곁에 머물렀다. 나바로 고문이 돌아오면 트럼프가 관세 유예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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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금융자산 60% 채권” 재산 지키려 관세 유예?
한편 지난 16일 열린 미국과 일본의 관세 협상에서 트럼프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에게 “대(對)일 무역적자를 제로(0)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NHK 등 현지 언론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일본을 지키는데 일본은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안보 관련 불만도 제기했다. 뒤이어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미국 측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이 일본과 동등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쌀 수입이나 유통 구조 투명성이 없다” 등의 불만을 제기했다. 육류나 어패류, 감자 등 농산물의 수입 확대도 요구했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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